雜記/이 생각 저 생각

날궂이

펜과잉크 2009. 7. 9. 14:26

 

 

 

 

전국이 장마권이다. 주안과 부평도 오전 한때 물폭탄에 버금가는 빗발이었다. 이 몸이 주안을 출발하여 부평에서 일 보고 와서 안다. 차 바퀴가 빗물에 감길 정도여서 과속했다간 위험할 수 있겠다 싶었다. 몇 년 전, 제물포역전에서 영업용 택시가 과속하다가 빗물에 바퀴가 감겨 전봇대 때려박고 죽은 사고가 있었다. 휴대폰 통화하다가 전봇대에 머리 받쳐 죽은 부산 사나이보다는 희소성이 떨어지지만 그도 되게 재수없는 경우라 하겠다. 제물포역전 6차선은 일자로 뻗어 차들이 과속하기 십상이다. 아무튼 차 몰고 저지대 물텀벙이 지날 적엔 핸들 놓치지 않게 속도 줄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옛날, 우리집 암소를 보면 꼭 비오는 날 고삐가 풀려 애를 태웠다.

"종호야, 너네 소 뛰어나 우리 콩 다 뜯어먹는다!"

소리질러 나가 보면 외양간 소가 남의 콩밭에 들어가 폭우도 마다않고 콩대를 뜯어먹는 것이었다. 혀를 뽑아 콩줄기를 휘감으면 한 묶음 가량 댕강 잘렸다.

"우리 소는 워낭이 쌍방울인디 그 소는 허당인디유."

"이 사람아, 목줄이 풀렸잖여. 외양간 봐. 거기서 나왔다니께."

"엇! 방울만 남고 소가 없네..."

"씨발~"

"저 년이 날궂이 하느라고..."

그러면서 우리쪽으로 몰았는데 평소엔 목청 몇 마디에 복종하던 소가 빗속에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아니었다. 식구들은 다들 암소가 평소와 같이 외양간 간살대에 묶여 점잖게 있길 바라는 눈치였다. 때되면 구유에 여물도 채워주니 되새김이나 잘하면 된다. 왜 하필 비오는 날 고삐 풀고 뛰며 난리를 피우냐? 사람 불안하게... 

 

비오는 날, 소를 우리에 넣고 한갓지면 가마솥에 콩을 볶았다. 고소한 냄새가 초입 샘안집까지 날아갔다. 비 맞은 연기는 고을을 타고 모로 가라앉아 눕는다. 길게 뻗은 여운이 머플러 향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비는 끝없이 내리고, 더러 낮잠을 자는 가운데 닭도 개도 염소도 일제히 휴식을 취한다. 소도 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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