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꿈돌이

펜과잉크 2009. 7. 5. 18:03

 

 

 

 

 

며칠 전,

고향 가면서 혼자 한 시간 넘게 망설인 게 있다. 집에 있는 토이푸들 '꿈돌이'... 녀석을 데려갈 것인가 두고 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의 노는 모습을 보니 왜 그리도 사랑스러운지... 마주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꿈돌이는 이렇게 애원하는 눈빛이었다.

"주인아저씨, 그냥 이 집에 살게 해주세요. 멀리 떠나는 게 싫습니다. 차를 타는 것도 싫어요. 멀미가 날 것 같아요. 그냥 지금처럼 주인아저씨랑 아주머니랑 함께 살게 해주세요. 누나랑 형이랑 함께요. 네에?"

 

 

 

 

 

결국 혼자 출발했다. 기품있는 개를 기품있게 키우는 것 또한 개를 제대로 기르는 게 아닐까 믿어졌다. 한데 향집에 도착하니 웬 강아지 두 마리가 있는 것이다. 성남 사시는 외삼촌 부부께서 갖다 놓으셨단다. 한 쌍이라 둘이 아주 잘 놀았다. 어머니는 내 집의 개에 관해선 아무 말씀이 없었다. 만일 물으시면 잘 길들여 점잖게 키우겠노라 말씀드리려 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래 고향 다녀온 지금도 꿈돌이는 여전히 가족의 일원으로 각별하다. 

 

그저께 밤, 

아내가 아이들 데리고 처가에 내려가 나와 막내아들뿐이다. 그런데 꿈돌이 녀석의 존재가 얼마나 큰가를 이럴 때 확실히 알겠다. 녀석도 집안 분위기를 아는지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딜 가나 찰떡같이 붙어있다. 그런 꿈돌이를 보면 또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다. 세상 어디에 이토록 정겨운 목숨붙이가 있단 말인가. 인터넷을 하는 지금도 녀석은 제 깔개를 문 앞에 물어다 놓고 떡하니 앉아 있다. 가끔 인터넷을 멈추고 돌아보면 여지없이 녀석의 시선과 마주친다. 어느 순간 보면 잠들어 있다. 

 

기타를 연습하는데 녀석이 다가와 몸을 비빈다. 드러난 종아리 부위로 포근한 체온이 느껴진다. 나는 또 녀석을 쓰다듬거나 안아주어야 한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꿈돌이는 몸을 낮추며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곧 충성의 자세이기도 하다.

 

 

 

 

 

 

꿈돌이는 어디든 따라 다닌다. 위치를 바꿔보지만 여지없이 다가와 앉는다. 사람 자는 이불 위에 올리는 게 그렇지만 녀석을 보면 냉정히 꾸짖지도 못하겠다. 주인이 좋아 저러는 걸 뭐라 할 것인가. 이번에도 허락이다.

 

 

 

 

자리를 뜨니 대번에 긴장하는 눈빛이다. 녀석의 외모엔 품위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막내아들이 카메라로 찍는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시험기간이지만 안중에 없다. 나 역시 아들의 사고와 별 차이가 없다. 학교에서 강요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아들에게도 탁월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안다. 내일 아침 여섯시 사십분에 데려다 줘야지...

 

 

 

 

사랑스러운 꿈돌이...

유기견 출신으로 우리집에 와서 여엿한 가족이 되었다. 

 

 

 

 

 

인터넷하는 방문 앞에서 자고 있는 녀석...

내가 움직이는 데로 깔개를 물고 따라다니며 앉아 있거나 자곤 한다. 사진 찍는 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 하지만 자면서도 다 알 것이다. 뿌리칠 수 없는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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