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죠

펜과잉크 2009. 6. 10. 13:50

 

 

 

 

 

1984년 6월,

동해안 간성 인근 해안에서 녹음기작전을 할 때입니다. 저희 2대대 8중대가 야간작전을 하다가 바다표범인지 뭔지를 잡았습니다. 새벽에 지근거리에서 시커먼 게 움직여 총을 갈겼는데 아침에 보니 바다표범이었답니다. 즉시 총기 사용보고가 되고 8중대원들에게 격려금 20만원이 내려왔습니다. 야간작전을 아주 잘했다는 뜻이지요. 20만원이면 지금 돈으로 2백만원이 넘겠네요. 당시 단기하사 3호봉 월급이 13만8천원 정도였으니까요. 참고로 저희부대엔 일반하사가 없었습니다. 사병과 하사관 체제였으니까요. 저는 병장 월급 6천원짜리 사병 출신입니다. 작전수당까지 합쳐 5-6만원을 받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8중대원 40-50명이 하루 종일 먹고 마시면서 자유를 만끽했지요. 근처 텐트에 있던 저희들은 솔직히 풀이 죽었습니다.

 

그 날,

다시 2개 중대가 야간작전에 투입됐습니다. 8중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벽녘에 이르러 8중대 팀장은 전방 어둠 속에서 또 뭔가 움직이는 걸 포착했습니다. 그는 전초병 2명을 내보내고, 그들로부터 아무런 신호가 없자 추가로 4-5명을 내보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이 일어섭니다. 그런데 그는 참호 밖으로 나오면서 실수로 크레모아 잭을 눌렀습니다.

‘꽝’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들리고 전방이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거기서 죽은 전우들이 일부 대전현충원에 있습니다. 일부는 유족의 원(願)에 의해 고향으로 간 경우에 해당하구요.

 

공교롭게도 근처 부대 건봉산 GP에서 일병 하나가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월북하여 분위기가 엉망이던 때였습니다. 당시 GP 내무반에서 즉사한 병사만 12명 가량 되었고, 병원으로 후송당한 부상자 4-5명이 추가로 사망해 조 일병 놈 때문에 발생한 사망자만 17-18명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 일병 놈을 쫓던 해당부대 수색대원이 지뢰를 밟아 현장에서 4명이 즉사했지요. 이 사건은 당시 근처에 있던 저희부대에 그대로 전파됐지요. 그런 영향으로 저희 부대 8중대 사건은 아주 심도 있게 다뤄졌습니다. 하지만 전두환 군사정권은 특수부대를 적극 지원했으므로 8중대 사건은 팀장이 타 부대로 전출되고 사망자 모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차원에서 종결됐습니다. 작전중 사망했으니 국가유공자 예우는 당연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격려금 20만원이 낳은 비극이었습니다. 그 돈을 아껴 적당히 먹고 마셨다면 그날 밤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야간작전이 있는 날은 낮에 충분히 자둬야 하거든요. 안 그렇습니까?

 

최근 인천 계양구 모 경찰서 수사과 지능수사팀 형사들이 성매매를 하여 전원 중징계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능수사팀이라면 우수한 인재들이 근무하는 부서입니다. 모든 면에서 타직원들보다 낫지요. 취급 업무 자체가 탁월한 능력을 요구합니다. 공무원 비리, 선거사범, 불법 금융 같은 것을 수사하니까요. 인천 계양구 모 경찰서 수사과 지능수사팀 형사들은 상부에서 실시한 일종의 기획수사기간 중 우수한 성적으로 1명 특진의 영광과 함께 시상금을 받게 됐답니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겠지요. 팀은 그간의 노고를 자찬하면서 회식을 했습니다. 밤이 깊어 팀장과 헤어진 5명은 엉뚱한 모의를 합니다.

“우리 이대로 헤어질까?”

“재미난 일 없을까요?”

“히히…….”

그리하여 전원 집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갔고, 거기서 한 명이 여성과 싸움을 하는 바람에 112 신고 당해 전모가 밝혀진 것입니다. 성 매매를 단속해야할 공무원들이 성 매매를 했으니 변명할 나위가 없지요.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술이 원수입니다. 적당히 마시고 집으로 갈 것이지, 뭘 추구하겠다고 엉뚱한 곳으로 갑니까? 일찍 귀가하여 샤워하고 EBS-TV나 케이블 채널 40번 내셔날 지오그래픽이나 시청하다 자면 되는 것입니다. 그걸 모를 리 없겠지요. 다만 술을 과음하다 보니 판단력이 흐려져 동물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람이 이성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도 하나, 아내도 하나, 애인도 하나…….’

 

생각해보세요. 공무원 세계에서 특진이 쉽습니까? 특진은커녕 한 방에 중징계를 당하니 그런 불명예와 치욕이 없을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자리를 잃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피폐해지고 가정적으로도 파탄을 면키 어려우리라 봅니다. 참 안타까워요.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공무원들이 특권의식에 젖어 있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사고방식부터 뜯어 고쳐야 합니다. 공무원이 일반인과 다를 게 뭔가요? 특히 사석에서 신분을 노출하는 행위는 스스로 함정을 파는 꼴입니다. 사복부서 근무자들이 개인차량에 경광등을 붙이고 다니는 행위도 저능아 같은 짓입니다. 긴급차량은 엄연히 법적 보호를 받게 되어 있는데 개인차량에 경광등 붙이고 다닌다고 주위에서 우러러봅니까? 누구도 특별히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경계할 뿐이지요. 아무튼 우쭐대고 뻐기고 싶은 인간의 같잖은 심리가 여러 사람을 웃기게 한다니까요.

 

저는 사람도 많이 사귈 게 못된다고 믿습니다. 사람 많이 알아 좋을 게 없어요. 사는 데 집중이 안 됩니다. 잡념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또한 깊이 생각하여 옳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안 하는 게 상책입니다. 술도 과음하지 말고, 노래방 도우미도 부르지 말고, 도박도 하지 말고, 외박도 하지 말자 이겁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는 방법이 있느냐? 있습니다! 취미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조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거죠. 악기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악기를 배우면 만날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 만나 먹고 마실 틈이 없어요. 며칠만 건너뛰어도 감각이 다른 게 악기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한 곳에 몰입하게 되고 한 번 악기를 물면 서너 시간 푹 빠지는 거죠. 그런 형태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면 굳이 사람을 찾아 밖으로 돌지 않아도 윤택한 삶을 향유할 수 있다 이겁니다.

 

제가 사회지도자는 아닙니다만 냉정히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남자들 술 마시고 바깥여자랑 오입하는 거 말입니다. 이거 제고해볼 필요가 있어요. 아무리 일순 쾌감이 몸을 짜르르 전율케 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짚고 갈 게 있습니다. 바깥여자는 직업적으로 몸을 내놓고 삽니다. 그렇다고 그녀들이 더럽다, 불결하다는 게 아니라 자궁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지요. 결과적으로 세균이 기생할 확률이 아주 높다는 뜻입니다. 술에 취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출처불명의 거기에 민감한 살을 꽂는다 해보세요. 비위생적이라 생각되지 않습니까? 이놈 저놈이 배설해놓은 곳에다 몸을 섞는다는 자체가 말입니다. 그곳에 어느 날 제천 택시 기사 그 놈이 와서 싸놓고 갔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요즘 제천이 난리 아니더만……. 집에 가서 하세요. 한 우물 파듯, 시종일관!

 

범인(凡人)의 삶,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윤리관이 중요하다 믿습니다. 모나지 않은 가치관 속에서 나름대로 삶의 질을 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글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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