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아들을 기다리며

펜과잉크 2010. 3. 24. 00:09

 

 

 

 

아내는 잠들었지만 저는 안 잡니다.

아들이 천안에서 기차 타고 국철로 갈아탄 다음 귀가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 부평역을 지났다고 친구 휴대폰을 빌려 문자를 보냈네요.

주안역에서 택시 타고 오라 했습니다.

택시비쯤이야 충분히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다.

새끼만 무사히 귀가한다면...

 

낮엔 강화군청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약속한 사람이 강화군청 경비실 앞에서 보자고...

만나보니 인천일보 왕수봉 부장님이데요.

세상이 참 넓고도 좁습니다.

오다가 사진도 찍었고요.

인천 시내 진입하자마자 포천에서 온 전화를 받고

핸들을 틀어 송추(일영)까지 가서 또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강화도에서 어느 식당엘 들렀더니

아주머니 몇이 앉아 식사를 하더군요.

제 옆 테이블에서 아주 맛있게...

그걸 보고 속으로 예언을 했습니다.

'너희들이 밥그릇을 비울 즈음이면 자동으로 시댁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밥 그릇을 비울 즈음 아주머니 한 분이 자신의 시댁을 소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서들까지 소개하더군요.

소개라고 하지만 처음엔 평범한 얘기였습니다.

그런 것까지 전부 간신처럼 옮길 수는 없고요.

저는 잽싸게 또 다음과 같이 속으로 예언했습니다.

'당신 입에서 5분 내에 시댁 험담이 나올 것이다!'

예언이 적중했습니다.

5분이 채 안되더군요.

시댁 흉을 보는데 옆에서 밥 먹던 제 귀를 틀어막고 싶었습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귀가 뚫려 들리는 걸 어떡합니까?

시댁 흉에다 동서들 흉을 섞어 늘어놓는데

저는 다 잘났고 시댁 식구들과 동서들만 못난이들이더군요.

생긴 게 꼭 닭대가리 삶아 고아놓은 것처럼 되어 가지고 웬 시댁 흉을 그리 보는지...

급기야 나머지 여자들도 장단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세상 여자들이 시댁을 헐뜯어도 나만큼은 처가를 헐뜯지 말자 다짐했답니다.

말이 좀 이상한가요?

깨진 바가지는 안에서도 새고 밖에서도 샙니다.

외국 여행 나가서도 술주정 받아주실 분들 고생 참 많으시겠습니다.

동동주 한 잔 가득 채워 마셨더니 필이 약간 공중으로 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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