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는 날은 밥을 사 먹는다. 관내에 번화가가 있지만 먹을만한 식당이 귀해 -시골틱한 식당이 없다- 한 곳을 정해놓고 식사한다. 우리가 가는 식당은 주차장이 굉장히 넓다. 차량 100대 정도 주차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 중앙극장 자리 뒤편 식당이다. <용인정> 골목으로 들어가는...
이 식당엔 말없이 일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조선족이라는 직감이 섰고 후에 다른 종업원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녀는 다소 경직된 표정이긴 하나 손님에게 아주 친절하다. 자리에 앉으면 물병과 컵, 물수건을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주문할 음식을 묻는다. 그리곤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아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여느 식당에서든 경험하는 바이지만 다소곳이 묻는 그녀에겐 예의와 인사성이 몸에 배어있는 듯하다. 열심히 일하는 그녀가 멋있다. 그래 가끔 다른 말도 건넨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그녀는 목례를 하듯 엷은 미소로 '예'하고 대답한다. 쓸데없는 대화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대답만 '예'하는 정도이지만 묵묵히 그리고 성실히 일하는 자세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어제 점심에도 식당을 찾았는데 예약 손님이 많다고 주방 앞쪽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그러다가 주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안에서 설거지하는 오십대 아주머니가 목을 바깥으로 내밀고 홀을 바삐 오가는 조선족 그녀를 향해 '저 애는 먹는 게 전부 엉덩이로 가나봐. 엉덩이만 나왔어'하는 것이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젊은 남자 종업원과 여자 종업원이 동시에 '쿡'하고 웃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속으로 욕이 나왔다.
"너나잘해이한국년아!"
요즘은 종업원이 여럿되는 식당에선 의료보험 혜택이 따르고 퇴직금도 준다고 한다. 그 식당의 점잖은 남자 매니저에게 확인한 것이다. 그런 걸 결략하면 노동청에 진정을 내는 등 종업원들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여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전언이었다. 그 식당의 조선족 아주머니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모르지만 국내에 있는 동안 탈없이 열심히 저축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