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젊은이들의 폭력사건을 취급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취중에 우발적으로 주먹을 교환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쪽의 주장이 상대방이 자신들과 싸우면서 '백곰파'라는 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야, 임마들아. 우리가 백곰파야!"
잘하면 신종 조직폭력 한 건 하겠구나 싶어 상대방 젊은이들을 추궁해들어갔다. 그랬더니 한 청년이 말하기를 자신들이 북성동에 있는 백곰표 밀가루 공장 종업원들이란다. 그 얘기 듣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월미도 가는 길, 하인천역 근처 높다란 공장 외벽에 그려져 있던 백곰 그림이 떠오른다. 곰만큼이나 듬직하고 소박해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