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ebay를 통한 물건 구입에 관해 글을 쓰고자 한다. 아마 ebay와 관련된 글은 처음 쓰는 것 같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오래 전부터 ebay를 이용해왔다. 때론 시야를 넓게 가질 필요가 있다. 특별히 색소폰(Saxophone)과 트럼펫(Trumpet) 혹은 만년필(Fountainpen)에 관심이 있는 분이 글을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 딱히 독자층을 특정지을 필요는 없지만... 애장품 소장을 희망하는 분께도 도움이 될 줄 믿는다. 정통 청자켓(Denim Jean Jacket)이나 가죽(leather) 의류도 이베이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한마디로 ebay 시장은 광범위하다.
ebay 사이트 주소는 http://www.ebay.com이다. 먼저 검색창에 희망하는 상품을 영문으로 입력한다. 예를 들어 파카 바큐매틱 만년필을 구입하고 싶다면 검색창에 'Parker Vacumatic Fountainpen' 혹은 'Parker Vacumatic Pen'을 입력한다. 만년필에 한정되는 건 아니지만 검색한 매물은 심도있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주도면밀해야 한다. 던트 내지 스크래치가 없는지, 닙(nib)의 균형은 제대로인지 셀러가 제공한 사진과 글을 토대로 세심히 봐야 한다. 참고로 Parker Vacumatic Pen은 오래 전에 단종된 만년필로 vintage에 해당되는 품목이다. 만년필에 관해 한 가지 강조하자면 우리 글쓰는 사람들에겐 F(fine) 사이즈의 닙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싶다. 유명한 독일제 montblanc의 최근 출시 모델은 닙 사이즈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규칙하다. 똑같은 사이즈라도 파카, 쉐파, 워터맨 같은 만년필과 글씨 굵기가 확연히 다르다.
Parker Vacumatic Pen
ebay를 통해 직접 구입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하겠다. 며칠 전, 태너색소폰 마우스피스(Tenorsaxophone mouthpiece) 중 크라우드 레키(Claude Lakey) 빈티지 경매에 참여했다. 크라우드 레키 하드러버(hard rubber) 마우스피스는 Jazz용으로 유명하다. 사람 이름을 딴 이 피스는 구형과 신형으로 구분되는바 구형을 훨씬 더 알아준다. 구형은 색소폰 네크의 콜크에 세팅하는 홀 사이드에 굵은 흰색 선이 둘러져있다. 신형은 팁 레일과 사이드 레일, 버플 등이 조잡하다는 혹평이 따른다. 신형은 선이 가늘다는 점에서 구형과 구별된다.
크라우드 레키에 관한 기억은 1990년대 중반 여의도 300홀 재즈 공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타악기 연주자 류복성 씨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재즈 쿼넷을 초빙하여 라이브를 연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고 여의도 300홀까지 찾아갔다. 그때의 환희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무대에서 태너색소폰을 맡았던 젊은이가 보여준 현란한 연주... 공연이 끝나고 그에게 다가가 마우스피스에 관해 물었다.
"Can I know the model name and hole size of the mouthpiece?"
젊은이가 색소폰을 목에서 내려 마우스피스를 바짝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때 크라우드 레키라는 걸 알았다. 그는 7*3 호수를 쓰고 있었다. 곧바로 낙원상가로 가서 피스를 구입했는데 소리가 무척 크고 카랑카랑했다. 그래 한동안 그 피스만을 애지중지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마우스피스를 그레이드했지만 뇌에 각인된 크라우드 레키만의 특별한 음색을 잊을 수 없다. 결국 ebay 검색창에 'vintage claude lakey 7*3'를 입력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7*3은 피스의 규격을 뜻한다. 한 개의 매물이 검색됐는데 이미 10명의 경쟁자가 입찰에 참가하고 있었다. 곧장 마감시간을 체크하고 낙찰받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하였다.
Claude Lakey Jazz 7*3 Tenor Saxophone Sax Mouthpiece
결과는 낙찰이었다. 마감시간까지 총 13명과 경쟁하여 기회를 부여받는 영광(?)을 안았다. 낙찰가는 US $63.57로 배송비까지 우리 돈 도합 12만1천500원이 들었다. 하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 이 피스는 크라우드 레키 피스만을 취급하는 크라우드 레키 사이트 http://www.claude lakey.co.kr에서 'vintage collection'으로 $145.00에 팔리는 제품이다. 제대로 구입하면 배송비까지 3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claude lakey Homepage
지금까지 ebay를 통해 총 36건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모두 성공적이었다. 딱 한 번 셀러가 설명을 잘못하는 바람에 수리 불가능한 제품을 낙찰 받은 적이 있어 소송으로 번졌다가 한 달만에 이겨 원금 전액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이건 특별한 경우로 대개의 미국 혹은 캐나다 셀러들은 높은 신용도를 가진다.
얼마 전, ebay 경매로 대물을 낚았다. 바로 트럼펫이다. 예전에 vintage Selmer K-modified 트럼펫을 낙찰받은 적이 있어 그때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마찬가지로 경쟁자가 여럿이었다. 하지만 자신있었다. 일찍이 터득한 노하우 때문이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이번에도 역시 낙찰에 성공했다. 지금은 이렇게 간단히 표현하지만 당시 기쁨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다시금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ebay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별한 악기를 구입한다 할 때 국내 매장은한계가 있다. 악기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낙원상가는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제기능이 마비되고 말았다. 물론 신품을 좇는 이에겐 더할 데없는 곳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 형식으로 거래되는 추세인 걸 보면 낙원상가는 쇠퇴 일로에 있다 해도 틀리지 않다. 인터넷 매장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직거래 위주이다보니 상태가 결여된 것들이 등장하곤 한다. 이런 경우 A/S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높다.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아주 오래된 Conn 태너 색소폰을 직거래로 매입했는데 저음에서 음이 새는 현상이 발견됐다. 프로 연주자였던 판매자에게 원인을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몇 번 악기상에 맡겨 점검했지만 그게 한계라는 하소연이었다. 흔히 '불봉'이라는 줄전구에 불을 밝혀 관 내부로 들이밀어 새는 위치를 잡는데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묘안을 짜냈다. 분명 어딘가에 음이 새는 곳이 있을 것이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질레트형 면도날을 사다가 몸체와 톤홀(Tonehole)이 분리되는 튜브 부분(conical metal tube)을 원형 따라 차례로 그었다. 그랬더니 '레' 키이에서 면도날 끝이 미세한 틈으로 쏙 빠져들어가는 게 아닌가? 바로 여기서 공기가 새었던 것이다. 사각(死角)이어서 불봉으로도 확인이 어려웠던 것 같다. 수리는 접착제 한 방울이었다.
얘기가 길었는데 ebay는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 국내 매장에 없는 모델들도 자주 올라온다. 바로 이러한 매리트가 ebay의 장점이라 하겠다. 이번에 다시 낙찰받은 트럼펫은 vintage Martin Bb Committee 모델이다. 이 트럼펫은 국내 트럼페터들의 로망으로 손꼽힌다 해도 과언 아니다. vintage란 말 그대로 오래된 제품이되 컨디션이 뛰어난 걸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진으로는 외관이 화려하다해도 악기의 생명인 피스톤 상태라든가 밸브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라면 차를 몰고 가서 직접 확인하고 구입 결정을 하겠지만 이건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셀러가 제시한 영문을 심도있게 분석했다.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 마일리지가 현저히 낮아 신용도를 가늠하기 힘들었지만 오랫동안 교회에서 연주했다는 점 등에 신뢰가 갔다. 결국 마감시간에 임박하여 경쟁자들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데 이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필이 꽂힐 땐 주저하지 말고 과감히 밀고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낙찰가는 공개하지 않겠다.
ebay에 올라온 악기 - 영문 클릭시 원본으로 확대됨. 셀러의 원문은 삭제함.
ebay 제품의 배송 기간은 미국이나 캐나다를 기준으로 하여 10일 전후다.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성화를 부린다고 빨리 오지 않는다. 기다려야 한다.
도착 물품 : 악기 가방이 soft case Gig Bag이라 불안했지만 포장이 양호했다.
악기가 아니라 금은 보화라는 인식이 앞선다. 행복하다. Martin Committee Bb Trumpet.
악기를 받자마자 가슴이 뛰었다. Martin Committee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외관과 기능을 천천히 점검하였다. 100점이었다. 피스톤 상태가 좋았고 밸브 반응도 뛰어났다. 수 십 년이 된 악기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태의 Martin Committee 트럼펫을 찾기 위해 국내 많은 마니아들이 동분서주(?)하는 걸로 안다. 사실 트럼펫은 피스톤부터 주자의 컨디션을 천당과 지옥으로 오르내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밸브 반응이 느려 음을 놓칠 때의 스트레스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응급조치을 써봐도 일시적이다. 아마 트럼페터들의 공통된 의견일거라 믿는다.
Martin vintage Committee Bb & vincent Bach 5C mouthpiece
며칠동안 이 트럼펫만을 불었다. 흔히 트럼펫 소리에서 버터 냄새가 난다 하는데 바로 이 악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가져본 많은 트럼펫 중에서 최고로 내세우기 전혀 손색없는 제품이다. 만족한다. 더러 국내 입찰자들이 ebay 경매에 임하는데 있어 돈을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결제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정보조회 부족에서 오는 불신감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경매에 동참하면 원문을 충분히 번역하여 다각도로 해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구글 번역기를 활용한다. 원문을 이해했다면 셀러의 활동상, 말하자면 축적된 마일리지 같은 걸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마일리지가 낮은 개인은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진다 해도 틀리지 않다. 검증이 되지 않았으니 함부로 단언하기 어렵다.
본문 상단에 올린 동영상은 우리나라 제일의 트럼펫 연주자 김인배 선생님 파일이다. 2007년 가을 휘경동에 한 달 동안 있을 때 종로3가 서울레코드에서 김인배, 임병온 선생님 연주 음반을 구입하여 즐겨들은 기억이 난다. 학과를 마치고 석양빛 물든 중랑천변에 앉아 환상적인 연주를 감상하노라면 마음은 황홀경에 빠졌다. 김인배 선생님 연주는 거침없는 선율로 하늘 향해 쭉쭉 뻗어나간다. 임병온 선생님은 좀 더 기교적이지 않나 싶다. 아무튼 이번에 낙찰 받은 Martin Committee 트럼펫은 뭔가 다르다. 세컨용 악기들과 비교해도 음색이 탁월하다.
결과에 대만족한다. 셀러의 정보를 세심히 조회하여 신뢰성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믿음과 배짱으로 밀어부친 결과였다. 셀러가 제시한 Buy it Now보다 무려 $500나 낮은 금액으로 낙찰받았다. 이 악기만은 오래도록 가지고 있을 작정이다. 트럼펫과 함께하는 내일의 삶을 꿈꾸며 글을 맺는다. I love Trumpet. very Good!
ebay에서 검색한 인상적인 Trumpe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