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목격담

펜과잉크 2010. 9. 9. 12:02

 

 

 

며칠 전 밤 여덟시 쯤 도화1동 인천건설본부 맞은편 도화충전소 입구 횡단보도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당시 나는 인천기계공고 앞을 지나 남구보건소쪽으로 반우회전하려던 중 횡단보도에 걸려 정차중이었다. 근데 조수석 열린 창문으로 웬 남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고개 돌려 보니 이십대 중반의 젊은이였다. 그는 횡단보도, 그러니까 내 차를 향해 서있는 상태였다. 젊은이 맞은편, 내게 등을 보이고 서있는 같은 또래 아가씨와 연인관계로 보였다. 바로 그녀 앞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는소리였다. 아주 크게 통곡을 하듯 울었다. 나는 호기심에 창문을 반쯤 내렸다.

"아니 왜 울고 그래? 그냥 말해도 되잖아."

아가씨가 달랬다. 그러자 젊은놈이 가관이다.

"엉엉... 내가 말했잖아. 자기 안보면 참기 힘들다고... 맨날 보고 싶어."

결국 사랑하는 애인과 함께 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아주 절박한 표정이었다. 근데 왜 횡단보도 앞에서 그러나? 통곡하듯... 사람들이 좀 봐달라는 거야? 단지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려는 것 같지만은 않았다.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게 꼭 남들 앞에 쇼를 하듯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보여줘야 좋다고 믿나 보다. 이해할 수 없다. 포옹이나 키스를 사람들 많은 데에서 아무렇지 않게 한다. IH대 후문 버스 정류장 혹은 주안역 역사 폴렛호옴에서 몸을 밀착시키고 버젓이 행한다. 자신들의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으로 보여질거라 착각하는 건 아닌지... 정말 희한한 두상 구조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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