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가죽 점퍼 바로보기

펜과잉크 2010. 11. 8. 17:23

 

  

 

 

개인적으로 가죽점퍼를 좋아한다. 엄격히 말해 항공자켓 형태의 점퍼를 선호한다. 오래 전부터 즐겨입는 옷으로 활동하기 편해서 좋다. 영어를 가르치는 최일화 선생님(서해바다)이 계셔서 조심스러운데 가죽점퍼를 Leather jumper로 써야하는지 아니면 그냥 jumper라고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선호하는 항공자켓은 bomber jacket으로 표기한다. bomber jacket은 허리 부분이 꼭 끼고 앞을 지퍼로 잠그는 짧은 자킷을 의미한다. 전쟁에 참전하는 비행기 조종사들에게 지급된 옷으로 '허리 부분이 꼭 끼고 앞을 지퍼로 잠그는 짧은' 형태로 제작된 이유는 좁은 조종석안에서 몸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라는 설이 압도적이다. jumper의 사전적 의미, 그러니까 폼이 넉넉한 서양식 웃옷을 타이트하게 변형시킨 형태로 보면 정확할 것 같다.

 

내가 소장한 항공자켓 중엔 2차 대전 당시 실전에 보급된 오리지날도 있다. 세상에 나온지 60년이 넘은 옷인데도 상태가 상당히 좋다. 요즘 가죽과는 다르다. 재질면에서 뛰어나고 - 가죽 재질이 훨씬 질기다- 바느질 상태가 아주 치밀하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엔 군인들에게 보급된 자켓의 후드 부분을 코요테 털로 만들었으나 동문보호단체 등의 반발을 사면서 화학 섬유로 대체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아무튼 옛날 옷감이 요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가죽점퍼는 관리가 중요하다. 세탁소에 드라이크리닝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의외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관리요령을 익혀 집에서 혼자 하는 것도 괜찮다. DC마트 같은 데에서 가죽크리너(leather cleaner)와 가죽컨디셔너(leather conditioner)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걸로 가죽에 핀 곰팡이를 제거하고 윤기를 충전할 수 있다. 가죽옷의 단점은 습기가 많은 계절에 곰팡이가 필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내 경우도 베란다 쪽 행거에 걸어놓은 가죽점퍼 중 2-3벌이 곰팡이의 습격을 받아 군데군데 흉한 자국이 나있었다. 집에서 처리하기가 힘들 것 같아 세탁소에 가지고 가니 주인의 말이 간단하다.

"면장갑에 콜드크림을 묻혀 쓱쓱 문질러주면 됩니다."

하지만 이는 개괄적인 얘기이고, 곰팡이가 피어있는 상태에서 세탁소 주인의 말처럼 했다간 오히려 가죽이 더러워지는 모순을 면치 못한다. 여기서 아까 말한 가죽크리너와 가죽컨디셔너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일단 순면 헝겊에 가죽크리너를 묻혀 곰팡이나 흉한 자국들을 깨끗이 닦아낸다. 그리고 가죽컨디셔너를 발라 문질러주는 것이다. 가죽 컨디셔너는 하나의 유연제(섬유)이다. 

 

가죽 옷에 관해 아는 사람은 '가죽이 숨을 쉰다'고도 한다. 나 역시 같은 입장인데 문제는 가죽크리너와 컨디셔너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가죽 크리너로 닦아내고 컨디셔너로 문질러도 며칠 지나면 윤기가 사라지면서 횟횟한 자국이 햇볕에 반사되는 등 문제점이 따랐다. 그래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게 액상 구두약이다. 역시 DC마트에서 구입했는 바 오랜 전통의 말표 구두약으로 골랐다. 나 어려서 아버지 구두 닦을 때 썼던 말표 구두약은 군 시절 전투용 군화에도 썼고 직장에서도 여전히 보급받고 있다. 다만 내가 고른 것은 액상 구두약이라는 점을 밝힌다. 

 

 

 

말표 액상 구두약 : 검정색과 갈색이 있다. 가격은 2천원 내외

 

 

 

 

액상 구두약은 왁스 성분으로 유지, 가죽 유연제로 보면 된다. 뚜껑을 열면 스폰지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부분을 가죽면에 대고 눌러 액체(유제)를 나오게 한 다음 천천히 문질러 준다. 개인적으로 시도해본 세 가지 경험 - 첫번째 가죽크리너, 두번째 가죽컨디셔너, 세번째 액체구두약- 중에서 가장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가죽 표면의 광택이 살아나면서 신품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것이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액상구두약을 바른 가죽점퍼는 비를 맞았을 때 자국이 남는다는 흠이 있다. 이를 없애는 방법으로 면 재질의 헝겊에 가죽 컨디셔너를 발라 문질러주거나 액상 구두약을 덧발라주면 된다. 

 

가죽점퍼의 특징이 -가죽점퍼뿐 아니라 가죽파카나 가죽코트도 마찬가지- 광택에만 의존해서 품격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면 연중 1-2회 위와 같은 절차를 밟아 한결 돋보이는 옷으로 바꿔줄 수 있다. 옷이라는 게 새옷만 입는다고 사람이 멋져 보이는 건 아니다. 오래된 옷이라도 어떻게 관리해주느냐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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