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무실 후배 여직원과 함께 거래처 문구점에 갈 때였다. 중간에 소공원 쉼터가 있어 잠시 앉았더니 옆에 있던 40대 남녀 넷 중 한 남자가 말을 건다.
"혹시 싱글방에 있는 분들 아니세요?"
"예?"
우린 똑같이 반문하며 남자 대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싱글방이라니? 우리쪽에서 별다른 대답이 없자 남자가 다시 말한다.
"싱글방에서 본 분들 같아. 특히 저 남자분..."
속으로 어이가 없어 가만히 있자 저희들끼리 머쓱한 표정을 짓고는 먼저 자리를 뜬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남자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함부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 같다.
인간들이 가고나서 생각하니 은근히 화가 났다. 싱글방이라면 총각이나 처녀 혹은 이혼한 것들이 드나드는 인터넷 까페 아닌가? 내가 싱글이야? 미친놈... 입안에서 자연스레 욕이 생성되었다.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옆의 후배 여직원부터 바라보았고, 그녀도 아마 내가 싱글방에 출입하진 않는지 의심스러웠을 것이다. 우린 가정이 있는 사람들로 싱글방 자체를 모른다. 직업의 특성상 그런 일로 물의를 야기하면 치명적이다.
싱글방에서 봤든 '돌싱방'에서 봤든 설령 그런 일이 있더라도 저희끼리 나눌 얘기이지, 만일 우리가 부부라면 어떡했을 것인가. 큰 싸움으로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인터넷 문화가 우리 삶에 깊이 자리한 지금 별 오만 쓰레기들이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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