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옹진군청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합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주 조용한 곳이었는데 왕복 8차선 도로가 개통되고부터 창문 개방시 소음이 들립니다. 그래 거의 문을 닫아놓고 살지요. 다만 시내도로라 과속으로 내닫는 차들이 없어 다행입니다. 딸이 결혼하면 적당한 평수로 이사를 갈까도 생각중입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연평도 피폭사건이 발생한 직후 옹진군청은 연일 비상근무입니다. 옹진군은 인천광역시 소속으로 북도, 연평, 백령, 대청, 덕적, 자월, 영흥 등 7개 면과 장봉, 소청출장소 등 2개 출장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가끔 창문을 통해 옹진군청 앞 광장에 풍물시장이 서는 걸 봅니다. 그때마다 간편한 복장으로 길을 건너 섬에서 온 특산물을 구경하고 국수를 사 먹기도 합니다. 근래와서 옹진군 산하 면민들이 옹진군청의 얄팍한 풍물시장 상혼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아무튼 공기 맑고 물 좋은 섬 특산물은 매번 시선을 사로잡더군요.
아래 사진은 어젯밤 10시 30분경에 찍었습니다. 옹진군청 모든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공무원들 대다수가 밤 늦도록 비상근무에 돌입해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누구보다 절제된 언행과 냉철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당연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몸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다들 힘을 모아 어려움에 처한 연평도민들이 하루빨리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 일상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원수 잎이 떨어지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창문을 통해 옹진군청 창가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까지 보이는 거리이지만 어젯밤은 청사 건물을 바라보다가 잠시 숙연한 마음에 젖었습니다. 같은 민족끼리 왜 이래야만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상황을 오직 정치적인 입장에서만 볼 것인가하는 의문도 일었습니다. 남북이 통일되어 전세계에 막강한 힘을 과시하며 일등 선진국으로 발돋음할 날은 언제일까요? 그날을 그립니다.
비상근무 중인 옹진군청(2010. 11. 25. 22:30경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