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어느 욲끼는 문학잡지에 관한 소평

펜과잉크 2011. 3. 10. 14:34

 

 

국가든 단체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한낱 목사의 즉석 요청에 머뭇거리다가 영부인으로부터 꼬집힘을 당하고 바닥에 털썩 꿇어앉아 기도하는 장면이 공중파를 타고 방영됐다 가정할 때 종교적인 차원의 문제를 떠나 대통령으로서의 위신과 명예가 실추된 건 아닌지 혹은 통수권자로서의 품위유지 의무에 위배된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세간의 입방아거리를 예로 삼았지만 국가든 단체든 관리자들의 공정성이 요구되는 데엔 큰 차이가 없다 할 것이다.

 

제목을 '어느 욲끼는 문학잡지에 관한 소평'이라 한 것은 맞춤법을 지켜가며 존대해주고 싶은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했던 까닭이다. 본문은 내 개인의 입장을 위주로 했지만 일부 지근거리에 있는 관계자 또는 지인들의 의견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어느 도시에 괜찮은 책이라고 소문난 문학잡지가 있다. 그래봤자 부산 동보서적(폐점)이나 남포문고에서도 찾기 힘든 책이지만... 어쨌든 문학잡지와 관련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책이 전국에서 꽤 알아주는 책이라고 떠들고 있다. 그 문학잡지는 계간지로서 연중 4회 발간된다. 국내 유명한 문인의 행적이나 문학사적 업적, 세계문학사 같은 글을 실어 그런대로 가치가 돋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잡지의 관계인들은 희한한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속한 단체의 회원 중엔 일정한 수준의 문인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외부 문인 원고에 의존하여 -당연히 원고료를 지급, 적은 돈이지만- 책을 내곤 한다. 문제는 외부 인사 원고 틈에 자신의 작품이나 절친한 문인의 작품을 슬쩍 끼워넣어 자신이 마치 국내 유명 문인인 척 돋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목월, 조지훈, 김남조, 이문열, 조정래'의 작품이나 서평을 실으면서 가운데나 후미에 '류종호' 작품을 슬쩍 끼워넣는 수법이다. 그렇다면 일부 순진한 독자들은 류종호라는 시인이 마치 김남조나 이문열 작가와 어깨를 견줄만한 인물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따위 근시안적인 논법으로 접근하면서 수 십년간 지역 문인으로 활동해온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문인에겐 수 년 동안 원고 청탁 한 번을 하지 않는다. 비슷한 사람인데 누군 겹치기 출연을 하고 누군 아웃사이더로 밀려나있다. 그래서 이 문학잡지는 오늘날 한낱 '어느 욲끼는 문학잡지' 수준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동시대를 사는 문인들에게 외부 문인들의 글이나 답습해 읽으며 뭘 배우라는 말이냐? 물론 지역 문인 원고에만 한정될 경우 자칫 싸구려 동인지 취급을 받을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점이 우려스럽다면 전 단락에서 지적한 작태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일반 회원들 원고는 동인지 수준의 회지에만 집중해 싣고 자신이나 절친한 문인들 작품을 소위 정평이 나있다고  떠드는 문학잡지에 끼워넣기 수법으로 실어 유명 인사들과 동등히 대우받으려는 졸렬한 수작이 훤히 보인다. 그 분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정도로 글을 잘 쓴다고? 개똥이다! 사람의 시각과 청각적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 보고 들을 줄 안다는 뜻이다. 안배의 묘를 전혀 모르고 있다.

 

예전에 공저로 책을 내면서 출판사 교정 담당에게 특별히 부탁한 구절이 있다. 한여름밤, 시골 언덕에서 스무살 젊은 남녀가 얘기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에 '드러난 아랫도리로 물것들이 설쳐도 하나 싫지 않았다'라고 쓴 문장이 있다. 이 부분을 교정 담당에게 알려주며 '물것'이란 충청 내륙 일부지방의 방언으로 모기같은 해충을 뜻하니 오타나지 않도록 유념해달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이 나오고 보니 일부러 그런 것처럼 '물건'으로 엉뚱하게 교정이 돼있었다. 출판사엔 간혹 이런 쭉정이들도 보인다. 하긴 철저한 사명감으로 근무하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밖에 다니며 출판사 직함이 인쇄된 명함을 내밀 것이다. 명함이야 포토샵으로 때 빼고 광 내면 빌 게이츠의 부(富)도 휘어잡을 수 있다.

 

웅덩이 흐린 물을 보면 항상 미꾸라지가 말썽이다. 대중의 인식관은 목소리 큰 놈 앞에 주눅들고 스스로 부복(俯伏)하는 경향이 있어 일행의 언행이 옳지못함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그의 행태를 좇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웅덩이 밖에서 보면 깨끗한 사람까지 흙탕물의 미꾸라지와 공생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발 한쪽 빼기가 그리도 힘든 모양이다. 타성에 젖어 오늘내일 하다가 일년이년이 흘렀을 수도 있다. 특정인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는 경우도 가능하다.

 

끝으로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인천 지역을 대표하는 <인천문단>지 혹은 <鶴山文學>지를 통해 잊혀지다시피 한 박서혜 시인이나 이경림 시인의 작품도 읽었으면 좋겠다. <鶴山文學>에 최일화 박현자 김영승 시인의 작품이 실린다고 어디 털나나? 그렇지 않다. 물론 <鶴山文學> 편집위원들께선 지금까지 아주 열심히 공정히 성실히 직무에 충실하셨으리라. 문인들의 수준이 문제일뿐... 내가 말해놓고도 앞뒤가 안맞네. 어느 도시의 '어느 욲끼는 문학잡지' 처럼 소수 그룹의 '꼼수'로 대변되는 싸구려 책자가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雜記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중리 사람들  (0) 2011.03.19
굴포문학  (0) 2011.03.18
일상 크로키  (0) 2011.03.10
아침단상  (0) 2011.03.09
깊은 밤 깊은 곳에  (0) 201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