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행운의 발견

펜과잉크 2011. 4. 11. 01:36

 

 

 

 

자정이 넘었으므로 어제의 일이 되겠다. 점심 때까지 늘어지게 자고 태너색소폰을 꺼내 연습실로 향했다. 악기의 음정에 문제가 생겨 얼마 못하고 단골 악기점으로 전화를 거니 마침 정찬호 사장님이 받는다. 아마도 교회 가셨다가 매장에 들리신 것 같다. 악기를 접어 곧장 사장님을 찾아갔다. 색소폰에 불봉을 넣어 보시더니 상태가 최악이라시며 수리비 50만원 가량 나올 거란다. 담보를 모두 셀마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4월 25일경 찾기로 했다. 색소폰 한다고 기둥뿌리 날아가게 생겼다. 하긴 술담배 안하는 걸로 위안을 삼으면 된다.

 

휴일임에도 쉬지 않고 작업실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정찬호 사장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물론 허락을 받고 찍었다. 저 분을 평가하라면 성실함을 우선으로 꼽고 싶다. 치밀함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느긋한 자세로 점검 혹은 수리에 최선을 다하신다. 관악기 수리점이 변변치 않은 인천 지역에 정찬호 사장님의 에덴악기는 오아시스나 다름없다.

 

 

 

 

 

<에덴악기> 정찬호 사장님. 전화 032)872-1747

 

 

 

 

 

 

 

 나도 한 컷

 

 

 

 

 

 

 

 악기점을 나와 숭의동 미품상회로 향했다. 마침 서울에서 막 내려오신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하신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의 사장님... 미제 커피라고 한 잔 따라주신다. 미국을 추종할 필요는 없지만 먹는 것, 입고 자는 것만큼은 그 사람들을 본받아도 좋을 성 싶다. 그쪽으로는 완벽에 가깝다.

 

 

 

 

 

 

 

 

 

 

 

 

 

 

 

 

 

 

 

 

 

 

 

 

 

 

 

 

 

 

 

 

 

 

 

 

 

 

 

 

 

 

 

 

 

 

 

 

 

 

 

 

 

 

 

 

 

 

 

 

 

 

 

 

 

 

 

 

 

 

 

미군 파라솔에 앉은 사장님. 파라솔 축의 각도 조절이 가능하여 무척 실용적이다. 훗날 나도 고향집에 들여놓으려 구상 중이다.  

 

 

 

 

 

 

 

 사장님... 상의 가죽잠바가 그 유명한 아비렉스다. 멋진 사장님... 푸하하...

 

 

 

 

 

 

 

 출입문 우측의 철제 의자... 놀랍게도 쿠션이 좋았다.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미군 파라솔에 저 의자 4개를 한 세트로 1백만원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고... 거짓말도 상식을 벗어나거나 자주하면 탄로난다. 주말에 틈틈히 동묘 풍물시장을 기웃대는 나 같은 번데기 앞에선 보통 실력의 주름은 허상일 뿐이다.

 

 

 

 

 

 

 미품상회를 나와 수제기타 공방에 들렀다. 입구에서 한 컷... 인천엔 수제기타 공방이 석바위사거리 근처 명노창 선생님 공방(수제, 010-2281-6597)과 이곳 Theguitar 뿐이다.

 

 

 

 

 

 

 

사바레스 알리앙스 하이텐션과 같은 장력의 기타줄 한 세트를 사 가지고 집으로 왔다. 집엔 金進榮 수제기타가 있었는데, 이 기타는 누가 버리다시피 한 것을 공짜로 얻어온 것이다. 사람들이 金進榮 선생님을 모르는 것 같은데 그는 핸드 메이드 클래식 기타 계통에서 정평이 나있는 장인이다. 그의 이름이 찍힌 기타는 범사로운 악기가 아니다. 현장 650mm의 평균 사이즈에 네크도 정상이고 데미지도 없었다. 1번 현을 걸어 12번 플렛의 높이를 측정한 결과 4mm에 육박했다. 현고가 있지만 나중에 브릿지(bridge)를 낮추면 된다.

 

 

집에 오자마자 기타줄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기타의 전판과 측후판에 묻은 이물질을 주방용 세재로 말끔히 닦아내고 새줄을 건 다음 튜닝까지 마쳤다. 어차피 신품 현을 갈아 끼웠으므로 내일과 모레 다시 한 번 조여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을 정상으로 세팅하고 줄을 튕기니 명품 기타가 부럽지 않다. 1983. 1. 18일 작품 SC-72... 저 기타를 버린 사람이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만들겠다. 관리에 신경을 쓰고 꾸준히 길들이면 얼마든지 좋은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집 꿈돌이도 최초엔 구청 당직자에게 안락사 당할뻔한 유기견이었으니라. 내 손에 들어오면 명견에 명품이 된다. 자신있다.

 

 

 

 

 

 

 

 

 金進榮 선생님 낙관이 선명하다.

 

 

 

 

 

 

 

 

기타 연습 중 한 컷... 몇 시간 집중한 탓이라 눈이 퀭하다. 그래도 행복하다. 좋은 기타를 얻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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