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구 님 소설은 온통 충청도 사투리 일색이다.
<관촌수필> <산 너머 남촌> <장곡리 고욤나무> <우리 동네> <유자소전>
<해벽> <소설 김시습>... 대표 작품으로는 <해벽> <우리 동네> <관촌수필> 정도로
나눌 수 있겠다.
충청도 사투리는 만연체 문장처럼 한없이 늘어진다. 한 마디로 간단히 짚고 가는 게 없다. 무슨 얘기를
나누더라도 요점을 추리기가 쉽지 않다.
길을 물으면
"저짝으로 가서 이짝으로 돌아서 가신만큼 가시다가 조짝으로 가서
요짝으로 돌아서 가신만큼 가시다 보면 그짝이 나오지유."
대충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문구 님이 길을 가다가
김종필 옹(翁)을 만났다.
"어이구, 으르신! 기동은 여전허시네유?"
"자네가 보는 그대로라네. 어째, 그짝 유권자들두 다덜 무고
허시지?"
"글쎄, 그건 지두 어딜 잘 나댕기질 안혀봐서 무고 허신지 병중이신지를 모르겄구먼유. 산천이 여적지 의구허니께 여러분들두
따라서 무고허시겄지유."
"자네 화성이서 살 즉에 엎드려 글쓰는 버릇으로 위장이 고장 났었다며, 이전 거기두 괜찮아졌구?"
"지야
뭐 엎어져서 끄적대는 일만 고치먼 간단허지유. 그런디 으르신께서는 요즘이 들어 어째 소대가리 시절만큼 명성이 대단허질 못허신 것 같어유?"
"이 사람아, 그 시절 적은 군화발이 먹히던 시절이니께 소대가리 심볼 공화당 하나로 십 수년을 버텨먹었지먼 요새 사람들이 어디 강성정책에
장단 맞추려 드나? 그려두 말여. 소수 적은 정예 인원 가지구 마냥 버티는 재주는 여전히 9단이라니께."
"그건 그려유. 아무튼지간에
다음 선거까지두 유권자 관리에 최선을 다 혀보셔유."
"그런디, 저어기 모퉁이께루 움직이는 물체는 유권자여, 그냥 사람여?"
"아따, 저기서 꾸물거리는 쟤는 아랫마을 종호잖여유."
"종호? 그 애가 저렇게 생겼었나? 언제부텀 저렇게 생겼댜아?"
"왜유? 종호가 저렇게 안 생겼어유?"
"그 애는 뒤통수가 뾰족 맞잖여. 내 눈엔 그렇게 안보이는디?"
"종호 뒤통수가
어디가 뾰쪽 맞어유? 납짝쿵 스타일이지유."
"이 사람아, 그 애 뒤통수는 촐싹맞게 생겼어. 그려서 내가 옛날부텀 저 놈 아주 곤죠통께나
있게 생겼구나 허구 생각혀 왔는디."
"으르신네두 이젠 끝나셨구먼유. 아니 종호 뒤통수 어디가 뾰쪽 맞대유? 그냥 두고 보기 좋게 납짝쿵
스타일이지..."
"아녀. 내가 볼 적이는 분명 뾰죡헌 꼴이여."
"차암... 그 눈 가지구 자민령당 이끌구 가시는 거 보니께
9단 소리 듣게 생기셨네유. 아따~!"
"그런디 이 사람이... 쓰~! 거기서 하필 그런 얘기를 왜 혀서 사람 심보를 건드리는거여? 아,
이 사람아. 자네는 청라저수지 바닥 드러난다고 삼시 세끼 굶고 사나? 이 사람이 나이먹은 늙은이 앞이서 아무렇게나 말을 막 헐려구 그러네."
"하여튼 으르신, 저 애는 종호가 아녀유. 저 애가 종호라면 지 손에 장을 지지네유."
"코 풀 것이나 있으먼 내놔 봐."
"발 밑이 온통 휴지잖어유. 거기 콩잎 아무렇게나 뜯어서 해결 지으셔유. 지두 휴지는 따루 갖구 댕기는 게 없구먼유. 콩잎에 밥 싸서두
먹구 콩잎에 밑 닦으먼서두 사는 거지. 충청도 땅이서 이게 이거다, 저게 저거다라는 분명헌 이치가 언제부텀 있었데유?"
"팽~! 내 눈엔
그려두 종호로 보이는디."
"......"
그때 적 종호가 불쑥 커서 장가를 들고 아이를 낳고 불혹의 나이를 먹어버렸어도,
두 사람은 아직까지 거기 그 자리에서 그 시절 종호의 뒤통수 생김새 가지고 갑론을박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문구님이
돌아가셨어도... 끝내 결론이 안 나올 것이다.
* 2002. 5. 28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