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군대처럼 규칙적이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벽돌 쌓듯이
움직인다. 아침 6시에 기상하여 대운동장에 모여 점호를 취하고 간단한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인터넷의 '그때 그 시절' 까페 같은 데에서나
볼 수 있는 '국민체조' 구령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곳이 학교다.
그러나 아무리 일제시대에 고안된 '국민체조' 어쩌니 해도 그것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일제 강점기가 없었더라도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 당연히 도입되었을 사회 문화적 소산물이라고 말이다. 아무튼 '체조 시작'을 알리는 남자의 구호에 따라 마지막 '숨쉬기 운동'까지 절도있게 행해진다.
그러다가 며칠 전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다. 점호를 취하다가 본 학교 옆 병원 옥상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이었다. 지정된 의복을 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환자들이었다. 그들이 스피커 구령에 맞춰 우리와 똑같이 '국민체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더러 부자연스런 동작을 취하는 환자들도 있었지만, 그러나 체조에 임하는 자세는 한결같이 진지한 모습들이었다.
체조가 끝나 운동장 트랙을 뛸 때 그들도 함께 제자리에서 뛰는 동작을 반복해 보였다. 병원 옥상에서, 병동 난간에서 각자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중에 교관이 들려준 말에 의하면 병원 환자들이 학교 개방시간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운동장에 들어와 산책을 하곤 한다는 것이다. 하루는 어느 환자가 다가와 다음과 같이 말하더란다.
"학교를 내려다보면 눈물이 나곤 합니다. 나도 어서 건강해져서 학생들처럼 운동장을 마음껏 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서 말입니다."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해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건대, 건강보다
좋은 보약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선물...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라는 말이 새삼 인식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몸 하나 건강한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