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집념과 끈기... 상술은 유대인을 능가한다. 다만 긍정적인
면보다 그렇지 않은 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진단해본다.
상가(喪家)에 가기 위해 봉투를 준비해놓고 퇴근하면서 그냥 나와
문방구를 찾았다. 하지만 문방구엔 질 낮은 봉투뿐이었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인근 병원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賻儀라고 적힌 봉투
몇 장만 주세요."
직원은 봉투가 진열된 곳에서 한 단을 꺼내 준다. 그러면서 '祝 結婚'이라 찍힌 봉투를 함께 내놓았다.
"아니
장례식장에 웬 결혼 축의금 봉투인가요?"
"가끔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몇 장 준비해 두실라우?"
난 대답 대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계단을 오르면서 참 대단한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꾸어 말하면 결혼식장에서도 '賻儀'금
봉투를 판다는 뜻일까? 만일 결혼식장에 온 하객들이 장례식장 전용 봉투를 보면 어떤 표정들을 지을까? 아무리 편리한 세상이라지만 장례식장에서
결혼식장 가는 봉투를 판다고 생각하니 머리 속이 '띵' 해졌다. 하긴 한번 외출에 상가(喪家)와 혼가(婚家)를 번갈아 들린 사람이 봉투를 바꿔
낸 일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