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황소개구리

펜과잉크 2005. 9. 20. 10:08

 

인천엔 비가 내리고 번개와 천둥과 바람이 동반한다. 베란다 차양에 쏟아지는 빗소리가 황소개구리 울음처럼 거세다. 방금 말한 황소개구리는 한때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었다. 고향의 개울이나 저수지를 지날 때면 황소개구리의 굵은 울음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황소개구리는 괴력의 식성으로 뱀까지 잡아 먹는다고 했다. 그리하여 곧 사회문제로 비화되었고 정부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농촌에서 황소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거의 도태된 상태다. 그토록 많던 황소개구리가 사라지다시피 한 현상을 놓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곧 진실이 밝혀지면서 동물학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소개구리의 천적이 바로 우리나라 토종 두꺼비 아닌가? 두꺼비가 제 덩치 몇 배의 황소개구리 등에 올라탄 채 레슬링 경기의 강력한 무기인 '빠떼루(parterre)' 기술을 써먹고 있었던 것이다. 앞발로 황소개구리의 허리를 강하게 감아 조인 두꺼비는 결국 개구리가 질식사해서 둥둥 떠다니는 상황이 되어서야 몸을 풀고 유유히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서론이 길었다. 아무튼 황소개구리가 농촌문제로 비화되었을 때 경기도 OO군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말을 맞아 군청에서 '황소개구리 잡기 경연 대회'를 열었다. 당시 사회 여론을 감안해보면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황소개구리 잡기 경연 대회'란 말을 심심찮게 들을 때였으니까...

 

OO군의 행사는 달랐다. 규모가 큰 행사였다. 경기도에서 잘 나가는 자치단체로 소문난 티를 내려는지 대대적인 홍보를 하여 당일 행사장에 움집한 군중이 수 천명을 헤아렸다고 한다. 나중에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지만 현장엔 언론사 기자들도 상당수 나와 행사를 지켜봤던 모양이다. 

 

군수가 단상에 올라 식사(式辭)를 했을 것이다.

"아, 아...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이러케 많은 분덜이 황소개구리 잡기 경연 대회에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에, 오늘 이 자리는 도지사님께서두 꼭 참석허시기루 약속이 돼어 있었습니다만 중앙에서 긴급헌 호출이 있으셔서 글루 가시느라 못 오셨습니다. 그 점에 대혀서는 제가 대신 사과 말씀을 올립니다. ...음, 저어기, 지난번 시내 우회도로 준공식 헐 적에 오셨던 유권자 분들두 상당수 보이시는구먼유? 거듭 감사 드리면서 앞으로두 저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지지와 호출에 힘 입어 지역 경제 발전에 열과 성을 다 허겄다는 점을 거듭 맹세 드립니다. 에, 오늘 행사는 농촌 경제를 좀먹는 황소개구리를 소탕하자는 측면에서 군 예산을 대거 투입하여 개최허게 된 것이니만큼 괄목할만한 결과가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자, 자, 주목혀 주세유. 거기 핸드폰 받는 분, 잠시만 꺼 주세유. 바람이 불더라두 좀 참아 주세유. 오줌이 마렵더래두유. 에, 이 행사와 관련하여 하나 유의허실 점은 이쪽 저쪽 다니실 적에 농작물에 피해 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혀 주셨으면 헙니다. 에, 또 행사장을 이탈혀서 남의 동네까장 돌아다니며 장대미로 괜시리 길목서 노니는 달기새끼 다리 분질러 놓는 분이 계실지 몰라 당부 말씀을 드리오니 가급적이먼 행사장 안이서만 움직여 주세유. 먹을 것도 행사장 안에만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텀 황소개구리 잡아 국가에 충성허고 지역 경제 회생에 일조헙시다. 요이 땅~!"

 

군청 공무원을 비롯한 각양의 관변(官邊) 단체 회원들이 제각기 소속 단체를 표시한 모자와 완장을 차고 구름 같은 군민들과 함께 황소개구리 잡기 경연 대회에 돌입하였다. 수 천명의 참가자들이 풀섶을 헤치고 생태계 파괴의 주점인 황소개구리 색출에 나섰던 것이다. 마치 공비 소탕작전 같았단다. 자, 그럼 이쯤에서 문제를 제출하겠다. 그날 OO군 황소개구리 잡기 경연 대회에서 포획한 황소개구리는 모두 몇 마리일까? 

 

 

 

* 정답 :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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