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랫동안 소장하고 있는 '팔도소리' LP 음반에서 선곡한 구전가요입니다. 의식요(謠)로 분류된 충남 부여 지방의 장례 소리(상여가)입니다. 아주 귀한 자료로서 학생들에게 '한국의 구전 가요'를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요긴하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앞으로 이곳에 각 지방별로 전승되어 내려오는 구전 가요를 올려볼까 합니다. 본문은 브리테니커 백과사전 발췌 문안에 의존했음을 밝힙니다. 관혼상제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이 나서 살다가 죽기까지에 거쳐야 할 의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람이 죽어서 장사를 지내는 의례인 상례가 가장 규모도 크고 복잡합니다. 장례 소리는 상례를 치르는 동안에 불리는 노래로서, 내용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어쨌든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에 불리는 소리의 총칭이라 하겠습니다. 장례식의 절차를 살표보면 먼저 '임종'이라 하여 식구들이 죽음에 가까운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숨을 거두게 되면 '수시'라 하여 몸이 굳기 전에 시신을 가지런히 거둡니다. 그 다음에는 망자의 혼을 부른다는 '초혼'을 하며, 식구들이 상복을 입고 여자와 어린 아이들은 머리를 푸는 '발상'을 하고, 시신을 향물로 씻고 수의를 입히는 '염습'을 하고, 쌀, 동전 따위를 입에 물리는 '반함'을 합니다. 상주와 친척들이 상복을 처음으로 입고 지내는 제사인 성복제를 지내고 문상을 받으며, 영결식과 발인제를 마치면 상여꾼들이 상여에 시신을 싣고 장지로 떠나게 됩니다. 상여를 메는 사람들은 상여꾼, 상두꾼, 유대꾼, 역군, 담예꾼, 부역꾼 따위로 부르는데, 열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상여 앞에서나 상여 위에서 상여꾼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소리꾼 또는 요령잡이라고 하는데, 요령이나 북 또는 꽹과리를 치면서 상여 소리의 앞소리를 메깁니다. 발인제를 마치면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집 앞에서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집을 보고 서서 상여 앞을 낮추어 '절'을 세번 합니다. 이때에 '상여 어르는 소리', '발인 소리', '염불 소리', '관암보살'의 여러 가지로 일컬어지는 소리를 자유 리듬으로 느릿하게 부릅니다. 소리말은 망자가 이승을 하직하는 슬픔과, 유족과 친지와 나누는 인사말과, 망자는 극락으로 잘 떠나라는 축문인 염불 따위로 되어 있습니다. 상여가 장지로 향하게 되면 선소리꾼은 어느 고장이나 3분박 보통 빠른 4박자나 좀 느린 4박자(12/8박자)로 되어 중중몰이 장단에 맞는 상여 소리를 부릅니다. 선소리꾼이 요령을 흔들거나 북을 쳐 한 장단이나 두 장단의 앞소리를 메기면 상여꾼들이 같은 장단의 뒷소리를 받습니다. 뒷소리는 입타령으로 된 것이 많은데, "오호"하고 받으면 소리의 제목을 '오호 소리'라 하고, "어가리 넘차"나 "어넘차"하고 받으면 '어넘차 소리'라 이른다. 상여 소리의 소리말은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떠나는 망자의 슬픔을 읊은 것이 많습니다. 상여가 좁은 다리나 가파른 언덕길 따위를 지나게 되면 쉬어 가는데 그 참에 상여꾼들은 죽은 사람의 식구들과 재담을 하기도 합니다. 식구들은 길을 재촉하려고 상여에 돈을 걸기도 하고 상여꾼들에게 술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상여가 이처럼 평지가 아닌 곳을 지날 때에는 상여 소리가 달라지기도 하여 보통 빠른 장단에 짧은 말을 메기고 받습니다. 이것은 고장에 따라 달라 '관암보살', 어넘차', '술렁수', '어기어차' 따위로 불립니다. 상여가 장지에 이르면 '하관'이라 하여 시신이 든 관을 내려 무덤에 안장을 시키고 회를 섞을 흙으로 덮고 여러 일꾼들이 발로 밟거나 장대로 단단히 다지게 되는데, 이를 '달구질'이라고 합니다. 달구질하는 이들은 '달구꾼', 또는 '역군'으로 불리는데, 달구질을 하면서 부르는 소리는 '달구 소리', '회 다지는 소리', '회방아 짓는 소리'의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달구 소리는 흔히 3분박 보통 빠른 4박자(12/8박자)로 되어 중중몰이 장단이나 늦은 잦은몰이 장단에 맞습니다. 선소리꾼이 북을 치며 한 장단의 앞소리를 메기면 달구꾼들은 같은 장단의 뒷소리를 '어허 달구'하고 받습니다. 달구 소리의 소리말은 장지가 명당이라는 덕담인 경우가 많습니다. 달구 소리에 잇대어 빠른 장단으로 된 잦은 달구 소리를 부르기도 합니다. 상여 소리와 달구 소리는 고장마다 다른데 흔히 그 고장의 민요 토리로 된 경우가 많으니, 경기도 북부는 경토리나 수심가토리로, 강원도나 경상도는 메나리토리로, 전라도는 육자배기토리로 되어 있기가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아 상여 소리는 슬프게 들리고, 달구 소리는 씩씩하게 들립니다. 충청남도 부여군 세도면 동사리에서는 초상이 나면 발인을 하고 나서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작별하는 소리와 발상하는 소리를 길고도 느리게 메기고 받습니다. 상여를 메고 길을 나서면 <행상 소리>를 부르고, 장지에 가까와 오면 <잦은 행상 소리>를 부릅니다. 장지에서 상여를 내려놓을 때에 부르는 소리도 있습니다. 이 고장에서도 무덤에 하관을 하고 흙을 다지지만 달구 소리를 부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부여군 세도면에서는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소리를 '행상 소리', '상두 소리', '상여 소리'들로 부릅니다. 느린 것과 빠른 것이 있는데, 긴 행상 소리는 3분박 느린 4박자(12/8박자)로 늦은 중중몰이 장단에 맞습니다. 선소리꾼이 요령을 흔들면서 두 장단의 선소리를 메기면 상여를 메고 가는 상여꾼들은 두 장단의 뒷소리를 "헤에 헤에 헤에 헤 헤에 헤헤 헤에 헤"하고 받습니다. 사설은 회심곡이나 잡가의 것을 쓰기도 한다. 가락은 구성음이 '미', '솔', '라', '시', '도', '레'이고 주요음이 '미', '라', '도'이고 '미'나 '라'로 마치는 메나리토리인데, 육자배기토리가 섞여 있습니다. 첨부 파일의 녹음은 무반주 육성 녹음이며 현지 주민인 조택구 님이 선소리(요령꾼)을 맡았습니다. 반주는 요령이 사용되었고, 후렴에 동참해주신 분은 박흥남, 이병호, 조남중, 전채성, 임충선 님이십니다. 1983년 3년 7일 지구레코드사에서 제작했으니 채집에 소요된 기간 등을 감안할 때 실제 녹음은 훨씬 이전에 이루어진 걸로 추측 됩니다. 지금은 모두 고인이 되셨으리라 믿어집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삼가 명복을 빕니다. 상여 소리 (행상 소리) 선소리(요령꾼) --- 조택구 님 후렴조(상여꾼) --- 박흥남, 이병호, 조남중, 전채성, 임충선 님 반주 --- 요령 녹음 --- 1983. 3. 7 헤헤헤헤야 헤헤헤헤 헤헤헤헤 헤헤헤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북망산천 돌아를 가네 헤헤헤헤 헤헤헤헤 북망산이 얼마나 멀기에 한번 가면 못 오시나 헤헤헤헤 헤헤헤헤 이제 가며는 언제나 오시오 명년 소기 때 다시나 오지 헤헤헤헤 헤헤헤헤 영정 공포를 앞세우고 영결종천 나는 가네 헤헤헤헤 헤헤헤헤 아이고 지고 우지를 말고 손자 손녀를 잘 기르소 헤헤헤헤 헤헤헤헤 살아 생전 맺힌 벗님들 안녕히도 잘들 계시오 헤헤헤헤 헤헤헤헤 (잦은 행상 소리) 헤헤헤헤 헤헤이 헤헤 헤헤헤헤 헤헤헤헤 북망산 멀다더니 문턱 너머가 북망산일세 헤헤헤헤 헤헤헤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설워를 마라 헤헤헤헤 헤헤헤헤 동 삼석달 죽었다가 명년 삼월 돌아를 보면 헤헤헤헤 헤헤헤헤 꽃은 피어서 화산이 되고 잎은 피어 청산이로다 헤헤헤헤 헤헤헤헤 |
출처 : 내지리 시내버스
글쓴이 : 류삿갓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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