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강원도 정선으로 출장 갔을 때 일입니다. 영동고속도로 새말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안흥을 거쳐 평창을 경유한 후 새벽 한 시 넘어 정선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먹을 곳부터 찾았지요. 그러나 읍내는 모두 불이 꺼지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 후에 겨우 '안동찜닭'이라고 쓴 간판의 불 켜진 업소를 찾았습니다.
아주머니께 찜닭과 소주 몇 병을 주문하여 숙소를 찾아 짐을 옮기니 두 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오전 내내 자도 될 상황이라 찜닭을 펼쳐놓고 소줏잔을 돌렸지요. 한참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어느 순간,
귀를 의심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꼬끼오~"
다름아닌 장닭의 울음이었습니다. 비상하듯 힘차게 홰를 치며 연달아 울음을 뽑아내는 소리였습니다. 오랜 세월 새벽 닭 울음소리를 잊고 살아온 저로선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습니다. 읍내에서 닭 울음소리를 듣다니... 강원도 정선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고라도 한없이 흥미로울 뿐이었습니다. 일행들도 저와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그즈음 간단히 눈을 붙였다가 기상하여 차를 몰고 나가니 정선을 싸고 도는 강물에 실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철새 몇 마리가 한가로이 노니는 상황이 포착되었지요.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도 정선을 떠올리면 꼭 그 새벽의 닭 울음소리가 클로즈업됩니다. 닭이 홰를 치듯 약진의 기운으로 꿈틀대는 정선의 미래가 새로운 비전으로 다가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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