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오면서 예비군 훈련장 입구를 지나오는데 비 그친 산길에 뽀얀 수증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봄이 오려고 그러는구나' 하며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여니 어둠 속의 하늘이 맑게 씻긴 듯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옛날 고향의 퇴비장에선 쇠스랑으로 찍혀 끌려나간 외양간 퇴비더미가 비를 맞고 모락모락 김을 게워내곤 했지요. 가축의 똥덩어리들이 볏짚 나락과 어우러져 일등 거름발로 발효되고 있었습니다. 그 거름이 묻힌 밭고랑에선 굵은 콩대들이 앞 다투어 가지를 뻗쳤습니다. 어른 키보다 큰 옥수숫대도 총총히 도열했지요. 일제히 스크럼을 짜고 세상을 향해 '우우' 몸 비비며 일어섰습니다.
게등처럼 웅크린 초가지붕 처마 밑으로 늙은 굼벵이 뚝뚝 떨어지던 밤도 오늘처럼 비가 적시고 간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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