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영화 'Brokeback Mountain'을 보고

펜과잉크 2006. 3. 5. 14:05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초중반의 미국 중서부 와이오밍주(州)이다. 브록크백 마운틴 양떼목장에서 일하게 된  에니스(히스 레저 분)와 잭(제이크 질렌할 분)의 관계를 그린 영화이다.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와 맑고 깊은 계곡,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위를 노니는 수천 마리의 양떼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이곳의 양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갓 스물의 두 청년 에니스와 잭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대자연의 품에서 깊어져간 그들의 우정은 친구 사이의 친밀함 이상으로 발전해간다. 그들 앞에 놓인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짧은 방목철이 끝나고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두 사람은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4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단번에 브로크백에서 서로에게 가졌던 그 낯선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가능한 한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에니스. 아무리 무모하다 해도 두 사람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고 싶어하는 잭. 입장은 달랐지만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만은 한결같았던 두 사람은 그 후로 일년에 한 두 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난다.

 

에니스는 부부 사이가 원만치 않아 끝내 이혼을 하고 만다. 잭도 부부 사이가 신통치 않지만 에니스의 부인처럼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판단에 맡겨질 뿐이다. 잭의 부인이 두 사람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영화는 그 부분은 그리 자세히 규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게 영화의 성격인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을 지적해본다. 두 사람이 헤어진 후 4년만에 만났을 때의 옷차림이다. 두 사람 모두 4년 전에 입었던 복장 그대로 입고 나왔다. 구두까지 똑같다. 이 점은 영화의 실수로 보여진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에 앞서 세월이 변한 이상 뭔가 자연스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가령 한 사람이라도 복장의 변화가 있어야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하다 못해 옷의 색깔이 바랬다든가 어깨 부분이 찢어져 수선을 했다는가...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에니스에게 남편의 죽음을 전화로 알리는 잭 부인의 표정 연기이다. 정서가 다른 서양인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라도 좀 더 심각한 표정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남편 잭이 평소 가정 일(잭 부인은 친정 아버지의 사업체인 농기계 판매상을 인수 받음)에 소홀하고 장인과의 사이도 원만치 않은 점들이 잭 부인의 심사를 대변할 수 있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죽음에 관한 연기 부분에선 좀 더 리얼한 접근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영화는 종영 부분에서 단순히 끝을 맺는다. 그래서 스크린의 변화에 숨 졸이던 관객들을 아쉽게 만든다. 화면에서 더 이상의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관객들은 자리에 그냥 앉아 배경 음악의 여운에 매료되어 있다. 15세 이상 관람 가능하지만 아들과 함께 보기엔 부담스런 부분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텐트 안에서 에니스가 잭을 덮치는 장면 같은 거...



1960년대 초중반 미국 와이오밍주(州)의 시대 배경을 유념하고 감상하면 진실로 우리가 그 시대에 가 있는 듯한 환상에 젖게 하는 영화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아름다운 자연과 두 주인공의 캐주얼 복장이 포인트로 남는다. 그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감상을 시도한 결과일까? 

 

 

* 본문 1, 2연 일부는 naver '영화와 새로 만나는 곳' 게재문 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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