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추억의 필기구 만년필(萬年筆)

펜과잉크 2006. 1. 31. 22:21

 

요즘 만년필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만년필을 아끼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나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일반 필기구 대신 만년필을 고집하고 있다.



단순 편리성으로 따진다면 각양각색의 필기구들이 있지만 만년필은 어딘가 경건함을 준다. 와이셔쓰 혹은 양복 가슴 주머니에 만년필 한 자루쯤 꽂혀 있다고 상상해보라. 좀 달라 보이지 않는가? 그것이 무슨 귀티와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분명 색다르게 인식된다.



만년필은 가격을 따지기에 앞서 잉크의 고른 여부가 관건이다. 잉크가 고르지 않으면 글을 쓰는데 있어 짜증나기 십상이다. 손놀림을 따라 적당한 양의 잉크가 지면에 사각사각 묻어나는 필감은 만년필만의 신비이다.


 

만년필은 촉의 사이즈에 따라 글씨의 굵기가 달라지므로 처음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글 원고용으로는 EF 혹은 F 사이즈의 펜촉이 적당하다. M 사이즈는 서류 결재시 사인용으로 알맞다.



아래 펜은 만년필과 함께 인기를 누렸던 화신(WHASHIN) 펜폭이다. 펜의 안쪽에 카트리지가 있어 잉크를 찍었을 때 일정량이 흡착되곤 했다. 만년필처럼 지속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중간 중간 감을 잡아 잉크를 찍어 쓰는 순수 아나로그 방식의 펜이다.


 

동인천역전 문방구에서 기적적으로 발견한 잉크 두 병(30cc & 60cc)을 소개한다. 사진 속 케이스에 담겨 있는 PILOT 잉크는 수 십 년 전에 나온 잉크다. 그러니까 우리가 학창시절에 즐겨 쓰던 잉크인 것이다. 문방구 한쪽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걸 발견하는 순간 묘한 흥분이 일었다. 요즘 '빈티지(Vintage)' 어쩌고 하는데 저 잉크야 말로 빈티지 명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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