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소속의 의경이 백구 강아지를 침상 계단에 올려놓고 학대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 면엔 충북의 어느 식당 진돗개 암놈이 도둑을 맞아 식용으로 끌려갔다가 13시간만에 피로 얼룩진 상태로 돌아왔다는 기사가 장식되어 있다. 임신중이었던 진도견 암캐 '재순이'는 심한 스트레스로 유산을 했다고 한다.
이쯤에서 개인적인 소견을 밝힐까 한다. 나 역시 개를 좋아한다. 아주 좋아한다. 내가 총각시절에 데리고 있던 진도견 '호돌이'는 무려 17년을 함께 살았다. 총각시절에 만나 내가 인천으로 올라와 장가를 들고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열세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았으니 엄격히 따지면 아들녀석보다도 네 살이 많은 셈이다.
호돌이는 내 자동차소리를 기억할줄 안다. 호돌이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개들이 그렇다. 늦은 밤에 귀가할 땐 2층 계단에서 골목 입구를 향해 하염없이 앉아 있던 호돌이... 마침내 어둠속에 내 그림자가 보이면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던 호돌이였다.
그러나 난 '개는 개답게 기르자'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진돗개 같은 개는 집 안에서 기를 게 아니라 집 밖에 내놓아 길러야 본성을 잃지 않는다는 얘기다. 개를 거실이나 방에 기르는 집을 방문하면 현관에 들어서면서 코를 찌르는 악취(지린내)에 미간이 일그러진다. 사실 건조한 실내에서 개가 뛰어다닌다면 허공에 풍산하는 먼지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개는 개답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개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실외이다. 마당을 서성이다가 하수구 걸망을 밀치고 올라오는 쥐를 잡는 것도 실외에서 가능하고, 자신의 밥그릇에 앉아 사료를 쪼아먹는 참새떼를 노리다가 일순에 몸을 날려 덥쳐 잡는 것도 밖에서만이 가능하다. 가끔 담을 넘어오는 고양이를 향해 몸을 날리는 본때 역시...
참고로 우리나라 애견가들은 이기적인 데가 아주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보지 말고 개의 입장에서도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독신자의 숙소에 사는 개는 하루종일 일정한 공간에 갇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그 개는 개다운 본성을 잃게 된다.
나의 경우는 런닝테스트기에 개를 묶어 하루 30분 가량 달리기를 시켰다. 집안에만 있어 부실해지기 쉬운 하체를 단련시키기 위함이었다. 우유에 날계란을 섞어 간식으로 먹였고, 아침 저녁으로 '원기소'라는 약품을 복용시켰다. 운동은 런닝테스트기 뿐 아니라 자전거에 줄을 묶어 동네를 돌거나 함께 산을 오르는 일로 보강했다. 이런 과정들을 반복시킴으로써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사실 개의 수명을 20년으로 볼 때 호돌이의 경우 치매기에 해당됐지만 전혀 그런 기색을 볼 수 없었다.
아울러 백구 강아지에게 손찌검을 하는 서울경찰청 소속 의경 역시 다분히 고의적으로 '학대'라는 개념하에 행한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사회의 지탄을 받을 중대 범죄인양 분노하는 네티즌들이나 그걸 처벌하겠다고 움직이는 경찰 관계자 모두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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