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높다. 하늘이 맑다. 티 검불 하나
안 보인다. 그 맑던 하늘이 오늘은 잠시 뭉게구름으로 가려졌다. 조금 전, 현관에 나가 허공을 보니 먼데 고향 생각이 울컥 난다. 그러면서
고향집 평상에 계신 아버지께서 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날리시는 환상이 이는 것이다.
"형님, 수렁들 형님네 논에 볏모감지가 노릿노릿혀유. 새도 몇 마리 왔다갔다 허는디 앉을 것 같진 않네유. 지난 봄, 못자리 판 고를 적에 형님이 수렁들까지 걸음허셨다가 바지를 벗어놓고 팬티만 차고 들어가신 적 있으시지유? 늙어 아파지면 그렇게 정신이 없는 건가 봐유. 형님, 형님 절골 밭 오가시며 바라봐 주시던 우리 집 담장에 능소화가 한창입니더. 하늘은 구름이 더껭이 지듯 혀서 금방 독으로 쏟아 부을 낌새구먼유. 청양 오룡리 아우 봉분 뗏장(잔디)이 푸릇푸릇 살어나겄지유. 엊그제 떼 입힌 광금리 쇠밭 형님 산소두유. 형님…. 우리 형님…. 벼이삭 거두고 한가혀질 쯤 종호 내려오면 그 애 차 타고서 한 번 찾아 뵙겄습니다…."
* 아버지는 네 형제분 둘째이시다. 지난 6월 27일 숙부님이 지병으로 작고(70세)하시고, 8월 7일엔 큰아버지께서 80세 일기로 작고(病死)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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