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스크랩] 술과 病

펜과잉크 2007. 4. 6. 00:55

 

 

베스트 서부영화로 꼽히는

<오케이 목장의 결투>에서

의사였던 KIRK DOUGLAS가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입 속에 털어 넣듯이 마신다.

그게 당시 미국의 주류문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음주신에서 사람들이 위스키를 입 안에 털어넣듯이 마신다.

 

추운 러시아의 보드카에 비해

미국의 술은 달콤한 향이 가미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어찌됐든

KIRK DOUGLAS는 술 때문에 병을 얻는다.

영화 속에서 그는 심한 기침에 고통스러워 한다.

 

인하대학병원에 다녀온 게 언제였던가?

그때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

esomeprazole 마그네슘 Nexium 정제다.

아침 식전 공복에 복용한다.

 

못된 버릇 중 하나가

밤중에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다.

모두 자는 밤중에

혼자 위스키나 소주나 맥주나 과실주...

가리지 않고 홀짝거리기를 습관처럼 즐겼다.

1년, 2년, 3년...

 

세월이 흐르고

어느날 속이 쓰려왔다.

그리하여 3년을 망설이다 병원에 갔는데

의사는 내시경 사진을 보여주며

음식 습관을 고쳐보라는 것이다.

열량 높은 음식을 피하라는 얘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술을 끊다시피 했다.

밖에선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다.

 

술이란

혼자 마시면

자꾸 허공을 바라보게 되고

옛날의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

할머니와 사촌들 생각이 나고

고향 친구들과 전우들이 그리워진다.

그러면서

직장의 어떤 놈을 죽였다가 살려놓고 싶고

총으로 쏴 버리고 싶은 놈도 있다가

다시 원론적인 동정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여럿이 마시는 술보다

혼자 마시는 술이 더 문제로 인식된다.

혼자 마시는 술은 자꾸만 사람을 침전시킨다.

腦의 공황...

모든 게 텅 비어버린 세상 속에서 인간 혼자 딱정벌레처럼 웅크리고 있다.

 

그만 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야지...

 

 

 

출처 : 내지리 시내버스
글쓴이 : 류삿갓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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