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스크랩] 또 다른 삶을 꿈꾸며

펜과잉크 2007. 8. 13. 10:25

 


비가 오고, 그치고…. 연일 이런 식의 일상이 반복된다면 지루함으로 숨이 막힐 것이다. 요즘 비는 국지적인 현상으로 산 너머에서도 모를 비가 동이로 붓 듯 내린다. 어제 서울 다녀오면서 한강철교 밑을 보니 강물이 표준 수위를 넘어 흐르고 있었다. 상류에 폭우가 있었는지 강물이 붉은 황토빛이었다.

 

문제는 단순히 비만 내리는 게 아니고 강풍을 동반한다는 거다. 강풍이 아니라 돌풍이다. 돌풍이 지나간 자리엔 복숭아도 옥수수도 남는 게 없다. 밤나무 가지도 찢겨 날아간다. 그러니 풍력의 정도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사계 중에서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겨울은 훈훈한 온기를 찾아 발길을 서성이는 계절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터벅터벅 걷다 보면 어디에선가 나를 포근히 맞아줄 안식처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한 겨울은 이런저런 것들로 나를 감쌀 수 있지 않는가?

 

고향이 홍성인 조병찬이란 군대 선배가 있는데 사할린에 파견 나가 몇 년째 독신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번 고국(부평 계산동)에 일시 귀국했을 때 통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겨울에 눈이 퍼부으면 전봇대 반쯤 묻히는 건 다반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지 사람들에겐 그것이 일상의 단면에 불과하다는 전언이었다.

 

언젠가 EBS-TV에서 호랑이 관련 다큐를 방영하며 한반도와 경계를 이루는 압록강 건너 블라디보스록 위 연해주 지역을 보여준 적이 있다. 당시 내가 본 소감은 그 지역이 한반도 지형의 연속이라는 느낌이었다. 마치 고향의 어느 산 속에서 촬영한 듯한 친근감…. 카메라는 좀더 내륙으로 진입하여 시베리아 지역으로 연결되는 삼림의 도로를 비춰주고 있었다. 눈이 쌓인 도로를 벌목장 트럭이 달리는데 시속 80km는 능히 될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도로가 반듯해야만 되는 것이다.

 

6. 25 전쟁 중 장진호 전투를 다룬 <브레이크아웃>에선 미국 해병대원들의 투혼을 그렸는데, 당시 미국의 젊은이 중엔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그림 같은 나라다. 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호수가 있고, 강물이 있는 이런 나라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도 영광이다'라고 역설한 대목이 나온다. 가령 황량한 벌판의 텍사스주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 눈에 한국이란 나라는 정말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을 거란 믿음이다.

 

이런 나라에 웬 비와 돌풍이란 말인가? 일각에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는 줄 아는데, 우리가 보유한 외화와 노태우 정권 때 러시아에 빌려준 차관을 합쳐 블라디보스록 위 연해주 일부를 사들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돈이 없으면 차관 형식으로…. 그리하여 희망하는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이다. 현대 삼성 한화 같은 굴지의 그룹에서 손잡고 그 일대를 매입한 후 아파트를 건설하여 싼값에 분양해도 많은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추측해본다. 나도 그렇고…. 러시아의 많은 땅을 임대하여 농업이든 뭐든 새로운 직종을 개척해나가는 것도 연구해볼 만 하다. 

 

비 폭탄과 돌풍과 인파의 무리와 비좁은 국토로부터 탈출하여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진단해보는 바이다.


  

 

 

출처 : 내지리 시내버스
글쓴이 : 류삿갓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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