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었구나. 오늘은 당직이다. 내일은 휴무... 모레(목)와 글피(금)는 휴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어차피 주말은 휴일이니 모레 휴무가 주어지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박5일을 쉬게 된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이번 휴가는 혼자 떠날 형편이다. 아들이 고등학생이라 더 이상 동반 여행을 할 수가 없다. 홀연히 야영 장비를 싣고 떠날 작정이다. 아직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지만 어디든 마음 닿는대로 가고 싶다. 가다 보면 내키는 데가 있겠지. 좋은 곳에 텐트를 치고 장비들을 세팅할 것이다.
내 텐트는 1950년 한국전에 투입되었던 군용이라 무게도 만만치 않거니와 혼자 완성하려면 상당한 힘과 요령이 필요하다. 하지만 몇 번 혼자 해 본 경험이 있어 어렵게 인식되지 않는다. 텐트 안에 야전침대를 깔고 그 위에 미제 고어텍스 침낭으로 무장하면 추운 밤도 끄떡 없다. 텐트보다는 천막으로 인식함이 타당하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야생동물이 많은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텐트 주변에 불로 달인 돌멩이 몇 개 보초 세워놓지, 뭐... 아니면 머리맡에 군용 대검을 놓고 자든가... 벌목도 말이다. 동물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충제를 뿌리는 것도 필요한 지혜이다.
밤에 자는 문제가 가장 크지만 모닥불로 달군 돌들을 텐트 안에 들여놓으면 몇 시간은 훈훈하리라. 그것으로 부족하다면 알라딘 난로를 활용하면 된다. 사실 알라딘 난로는 심지를 낮게 태우는 게 유리하다. 심지를 지나치게 올리면 그을음이 일어 인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밥을 지으리라. 혼자 반찬 놓고 밥을 먹어야지. 라디오를 들으면서... 끼니가 해결되면 따스한 커피로 몸을 데울 것이다. 여전히 라디오를 들으면서 말이다. 그러다가 지루하면 책을 읽어야겠다. 모닥불 땔감 삭정이도 모을 생각이다. 어둠이 내리면 혼자 밥을 짓고 빨래를 해야겠다. 그렇게 며칠을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오고 싶다. 트럼펫이랑 악보도 챙겨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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