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의 수능이 뭔지, 우리 사무실에도 수능시험을 본 딸을 둔 직원이 있는데, 오늘 보니 생전 하지 않던 짓을 하는 것이었다. 생전 휴대폰이 울려 밖으로 나가는 법이 없던 사람이 아침부터 낯이 좋지 않더니 수능 어쩌고 논하는 통화는 꼭 밖으로 나가 -점점 빨라지는 걸음으로- 용건을 마치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래 혼자 속으로 '수능이 부모의 체면과 위신까지도 잡아먹는구나' 생각했다.
우리집 둘째(아들)은 군대 갔다 와서 용인의 S대학(교) 영문과에 다닌다. 재수만 연거푸 하다가 군대 갔다 와서 현실에 눈을 뜬 것이다. 나랑 코스가 같다. 다른 현상은 아직 등록금을 가져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거기 들어가기 전 '용인 S대학'이란 말을 몇 번이나 들어보았나? 어쨌든 그런대로 순항하고 있다. 꼭 서울에 있는 학교만 노리지 말고 성적에 맞는 곳에 진학하여 장학생으로 수학한 뒤 편입하는 방법도 좋은 작전이다. 내가 고안해낸 발상이다. 편입이 쉬운 건 아니지만 굳게 마음 먹으면 안될 게 없다. 아들도 무섭게 파고든다. 그 아이가 노리는 학교는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수준이다. 참고로, 인천고등학교 1학년생 막내 녀석은 35명 중에서 10-15권을 맴돈다. 현재 수준이라면 과거 '대전실전' 같은 데가 맞는 것이다. 푸하하...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
자식 때문에 부모 얼굴 똥색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공부 잘해봤자 선생님과 공무원 밖에 더 되는가. 선생님과 공무원이 궁극적 목표라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동창회 나가 보니 학교 다닐 때 엎드려 잠만 자던 녀석이 에쿠스 몰고 와서 카센타 다섯개 가진 사장이라고 명함을 다섯개 돌리던데... 푸하하... 웃기는 세상이다. 글 쓰며 두 번 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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