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배 아픈 사촌

펜과잉크 2008. 2. 21. 21:54
 



2008년도 인천문예예술진흥기금 지원 대상 확정 공고가 있은 후 몇 군데 행사에 참석했다. 인천 시단(詩壇)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內港文學』등의 행사였다. 그런데 이런 저런 자리에서 금년도 기금 지원 문제와 관련된 대화들이 오갔다. 결과적으로 화자(話者)를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바, 한쪽은 결과를 이해하는 사람들이고 한 쪽은 배 아픈 사촌들이다.


결과에 수긍하는 분들은 평소에도 합리적인 사고로 매사 별 이의가 없는 분들이었다.
“단체의 경우 대략 5년에 한 번쯤 건너가는 걸로 압니다. 자생능력도 키워줄 겸해서 일부러 떨어뜨리는 거지요. 그러니 올 한 해 분발하여 내년에 다시 신청하는 걸로 합시다!”
위와 같이 결과를 긍정으로 받아들여 재충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에 한하는 문제였고 극소수는 배가 아픈 모양이었다. 배에 ‘빵꾸’라도 났나? 뭘 그리 배 아파 하나? 10년 만에 고작 두 번째 턱걸이를 했을 뿐인데, 해마다 빠짐없이 타 먹어 온 사람들이 왜 배알이 꼴려 뿔난 이마 시샘으로 불편해하는지 모르겠다. 내 경우 마감일 날에야 후배 직원 시켜 겨우 발송했을 뿐이다. 청탁한 것도 아니고…. 그게 청탁해서 될 일인가? 차라리 안 받고 말지, 치졸하게 지저분한 소리 하고 싶지 않다. 김윤식 회장께도 보고(報告) 형식만 갖췄을 뿐이다. 3년동안 시(詩)분과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값싼 김치찌개 한 번 대접하지 못한 꼴이라 부탁 드릴 용기조차 없다.   


더구나 금년도 문학 부문 심사위원 ㅎ교수는 ‘류종호’란 인물에 대하여 결코 호의적이지 않을 거란 추측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몇 년 전 일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줄 믿는다. 그 분은 개인적으로 내 딸의 국문과(ㅇ대) ‘스승’이기도 했지만 통화 한 번 나눈 적 없고, 딸의 은사라는 점만으로 막연히 호감을 품고 있다가 언젠가 인천문화재단에 원고 접수하러 가서 면접 당하듯 어퍼컷(uppercut)을 맞고 떨어진 후 오직 내 입장에서 앞 뒤 안 가리고 여기저기 고발성 글을 올려 자칫 필화(筆禍)로까지 번질 뻔한 관계 아닌가? 지금까지 화해의 제스처 한 번 없는 사람에게 호감이 있을 리 만무이다. 그래 금년도 심사위원 명단에서 그 분 이름을 보고 나 역시 갸웃했었다. 하긴 산문과 운문 심사는 성격이 달랐으니 한낱 기우일지도 모르겠다.


현금순 : 동시집 - 4백만원
한연순 : 창작시집 - 2백만원
김학균 : 창작시집 - 3백80만원
김경해 : 창작집 - 5백만원
장종권 : 창작집 - 5백만원 (휴식 회원)
허은회 : 창작집 - 4백만원
류종호 : 창작시집 - 3백만원
※ (재)인천문화재단 공고 제2008-4호 원문을 참조했으며 지원 확정 내역은 접수번호 순임.

                     

아무튼 나는 깨달았다.
‘그려. 역시 심사위원이란 직책은 나은 사람들이여.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굴레들을 초월혀서 순수 작품의 질(質)로 옳게 대상자를 뽑았을 테니께 말여. 인천문화재단 심사위원들은 모두 훌륭헌 사람들이여.’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러니 배 아픈 자여, 그만 *‘창사구’ 쓸어 내리고 열린 *‘뚜껑’을 닫으시게. 글 쓴다고 목뼈에 ‘가다’ 잡으면서 풍신(風神) 떨지 말고…. 우리 문학사촌(文學四寸) 아닌가?

 

 

 


* 창사구 : ‘창자’의 충청 일원 방언
* 뚜껑 : ‘머리’ ‘뇌(腦)’를 ‘대가리’ 정도로 낮춘 비속어. Ex)대갈통, 골통
* 가다 : 일본어 ‘かた(어깨)’의 한글식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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