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고향집 아버지

펜과잉크 2009. 2. 1. 14:24

 

 

 

 

 

어제 아버지를 고향집으로 모셨다. 일곱시간의 대수술에도 불구하고 현대 의술로도 넘을 수 없는 암이다. 주치의 말에 의하면 식도암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5대 암 중 하나란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겸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두가지 치료가 잘 돼도 5년 생존율이 10% 안팎이라니... 고민끝에 고향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일 년을 사실지... 모든 게 현실이 되었다.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모셔다드렸다.

 

고향집에선 20일 전 부모님이 떠나실 때 띄워놓은 메주가 발효되어 진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날부터 그 방의 보일러는 쉬지않고 돌아갔던 것이다. 안방 보일러를 켜고 매트를 작동시킨 뒤 아버지를 부축해드렸다. 수술 후 야위신 몸이 위태로워 보인다. 법 없이 살아오신 내 아버지...

 

울 밖에 주차된 경운기, 먼지를 쓴 채 서있는 오토바이, 소리를 멈춘 정미기, 굳게 잠긴 창고 문... 어느 한 곳도 아버지 체취가 없는 곳이 없다.

 

이제 남은 건 시시때때 고향을 찾는 일이다. 아버지 계실 동안 자식 도리를 다 하는 것...  가슴 아프지만 정도를 잃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