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있다. 1969년 생으로 나보다 여덟 살 아래다. 여동생이 하나라서 나름대로 귀여워해줬다. 근데 오냐오냐 해준 탓인지 기고만장하여 말투가 시건방지기 짝이 없다. 그 애 말버릇은 매사 투정부리는 식이다. 순순히 얘기하는 법이 드물다. 트집 잡고 따지고 책망하려 든다. 그렇다고 남을 계도할 만한 수준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난 그래도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줄 알았다.
며칠 전엔 슬슬 염장을 질러 끝내 화를 내고 말았다. 내가 허깨비 같아 보이는가 보다. 미친년 같으니라고! 남의 잔꾀에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는 천치 병신 같은 년.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체 그 대가리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정도 이해해줄 정도라야 하는데 완전 허당이다. 그 정도인줄은 미처 몰랐다.
여동생이 싫은 결정적인 이유는 또 있다. 고향집 어머니께 전화 걸어 별 농간을 다 부린다. 어머니가 만날 젊으신 줄 아는가 보다. 칠순 중반에 뇌경색 증세가 있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분께 투정과 남 헐뜯는 소리만 해쌓으니 어머니 마음이 어떻겠는가? 성질 같아선 쫓아가 주둥이를 밟아놓고 싶다. 아, 정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 내 동생 중에 있을 줄이야. 하긴 그러는 이유를 알 만 하지만…. 쑥맥 같은 게 남의 이간질에 꼭두각시처럼 놀고 있다. 그런 식으로는 절대 나를 감화시키지 못한다. 하긴 저능아들이 사람 다스리는 법을 알겠는가.
어렸을 적, 외갓집에 가면 외가 어른들이 수시로 우리 집안을 헐뜯는 것이었다. 대체 뭐 그리 못마땅한지 험담으로 일관했다. 반면 우리집 할아버지나 할머니, 혹은 큰집 식구 누구도 외가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이 없었다. 원래 할머니가 전주 이씨 양반집에서 시집 오신 분이라 언행이 반듯하셨다. 난 어린 몸에도 외가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소릴 하는 이유는 여동생이 외가 핏줄을 타고 난 것 같다. 똥 오줌 못 가리고 남 헐뜯기에만 바쁘다.
장남 입장에선 어머니께 잘 해드리는 동생이 애틋해 보일 수밖에 없다. 말을 않지만 다 알고 있다. 누가 어머니께 각별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더러 사람들은 입을 닫고 있으면 아무 것도 모르는 줄 착각한다. 정말 모를까? 진짜는 네 대가리 꼭대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