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고향 생각

산 언덕 예배당

펜과잉크 2009. 5. 6. 19:31

 

 

 

먼 옛날,

외할머니 따라 외가 마을 산 언덕 작은 예배당으로 기도하러 가던 기억난다. 석유램프 들고…. 훗날 외할머니는 구로 제2교구 성당에 다니셨는데 운명하셔서도 그 안에 모셔져 장례가 치러졌다. 유년 시절, 산 언덕 작은 예배당 창가에 앉아 있노라면 온갖 날것들이 유리창 불빛으로 몰려오곤 했다. 예배당 바닥엔 멍석이 깔려 있었다. 훗날 나무 벤치에 앉으니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나는 채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쏟아지는 졸음을 쫓느라 무진 애를 썼다. 외할아머니가 집에 가자시며 흔들면 신발도 못찾아 허둥대었다. 외갓집은 언덕 아래 신작로 지나 물꼬 도랑을 건너고 다시 오르막 산허리를 올라야 했다. 부엉이 울고 반딧불이 온 밤을 수놓던 고을의 큰 기와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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