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인천문협 전망(展望) 예시(例示)

펜과잉크 2010. 12. 28. 13:28

 

 

 

 

며칠 전,

TV 뉴스를 시청하다가 신선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산하 단체장들과 함께 연극배우로 분하여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의 한 장면을 멋지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고나서였다. 앞서 송영길 시장은 12월 9일 인천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인천예총 송년의 밤 행사에서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전자의 연극을 소개한 뒤 고등학생 시절엔 연극반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고 부연한 바 있다. 그 때 나는 적어도 그가 인천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은 인천예총이 한 단계 신분상승하리란 기대가 섰다.

 

아다시피 전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 인천예총은 철저히 배척당해왔다. 인천 문단은 말할 것도 없다. 예총에 대한 지원 자체가 인색하기 짝이 없었고, 심지어 예총 사무국 실무자가 시청을 방문했다가 푸대접에 발길을 되돌린 적도 적지않은 걸로 안다. 이런 결과엔 예총 사무국의 책임도 없지 않다. 무사안일한 태도, 말하자면 한국식 행정업무를 잘못 판단한 데에서 온 자업자득의 결과인 셈이다. 가령 공문을 들고 시청 문화예술과를 방문한다고 할 때 날라리표 케주얼 상의에 청바지 스타일로 꾸미고 가서 창구 직원을 면담한다면 그 공문은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아마도 예총 사무국 담당 직원은 고작 창구에 앉은 직원만 찾아가 상대할 정도로 레벨이 낮았던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만일 내가 예총 회장이라면 사무국 직원더러 직접 해당부서 최고의 장(長)을 찾아가라 했을 것이다.

 

시청 문화예술과에 출장 보낼 일이 있으면 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문화예술과장실에 들어가 과장에게 직접 공문을 제시하고 협조를 부탁하게. 절대 창구의 말단직원에게 접수하지 말게."

"문화예술과장님이 화를 내면 어떡하죠?"

"이 새끼야, 거기가 개인 기업체야? 화를 낼 이유가 뭐있어. 문화예술과장에게 직접 얘기해. 그럼 아래 계장이나 실무자를 불러 지시할거야. 그 업무는 일사천리로 처리가 되지. 그런데 아래서부터 올라가는 공문은 결재라인을 통과하는 데에만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네. 이 나라의 행정업무 자체가 그래.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사무국 직원이 시청에 들어가 기도 펴지 못하고 실무자 앞에 사정하듯 어깨를 구부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아무튼 이런 방식을 답습해온 탓에 인천예총은 한낱 시청의 주무부서 실무자로부터 외면받아 사업 진행이 곤란을 겪은 적 또한 없지 않은 걸로 안다. 자업자득이다. 스스로 자신을 구부리니 상대가 얕잡아보는 것이다.

 

예의도 지나치면 굴욕스런 결과를 낳는다. 인간사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진리다. 자발로 품격을 낮춘 결과는 역으로 외면받는 소외감을 불러왔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인천예총의 행사에 인천시장이 참석한 예가 있었던가? 한중문화원의 시 낭송 행사야 당연히 정치인들의 모양내기 수순이었으므로 -이수미 씨가 노래했던- 상황이 다를 뿐 시장 스스로 인천예총에 관심이 지대하여 참여한 게 아니었다. 곧 선거도 있을 예정이었으니...

 

 

 

 

 

 

시장이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이상 앞으로 인천예술계의 미래는 밝다고 봐도 좋다. 송영길 시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장과 구청장이) 직접 연극을 함으로써 인천시민이 문화와 예술을 쉽게 접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분야에 대해 시민이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고 대답했다. 시장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 그가 지적했던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분야'가 무엇인지는 새삼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나는 그가 앞으로 시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문화예술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리라 굳게 믿는다. 그런 예감 때문인지 예총 송년의 밤 행사장에서 만난 김재열 예총회장이 그 어느때보다 보무당당(步武堂堂)해보여 아주 흐뭇했다.

 

인천예총의 미래는 곧 인천문단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때문에 내년도 인천문협 회장으로 선출되는 자는 지역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엔 단서가 붙는다. 차기 인천문협 회장이 되는 자는 예총 사무국과 원만히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굳이 다른 노선을 표방할 이유가 없다. 어쨌거나 인천문협이 예총과의 유대관계 없이 독야청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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