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추억을 찾아 떠난 여행

펜과잉크 2011. 1. 22. 14:03

 

 

 

삶을 지탱함에 있어 힘들고 어려울 때면 군시절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지곤 한다. 내 생의 한때를 찬란히 수놓았던 군시절의 경험들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준다. 이번에도 아들과 함께 강원도로 떠났다. 속초시 사조콘도 24평형을 3박4일 예약하고 홀연히 출발했다. 일상의 찌든 때를 벗겨낸다는 마음으로...

 

* 인천 - 제2경인고속도로 - 서울외곽순환도로 -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 - 춘천 - 홍천 - 인제 - 원통 - 용대리 - 미시령 - 속초(숙소) : 총 소요시간 3시간 40분

 

 

 

 

 

 

밤늦게 숙소에 도착하여

 

 

 

 

 

 

 

 

 

숙소 입구 편의점 뒷편 골목에 통닭집이 있다는 걸 알아내고 주문했더니 20분도 안되어 배달이 왔다. 한 마리를 양분하여 양념분을 섞어 주문했다. 생맥주도 함께... 야간이지만 기분을 푸는 뜻에서 한 잔 했다.

 

 

 

 

 

 

 

 

 

 

 

 

 

 

 

 

 

 

 

 

 

 

 

 

 

 

 

 

 

아침에 창밖으로 내다본 북쪽 전경. 멀리 왼쪽으로 미시령 정상이 보인다.

 

 

 

 

 

 

 

 

 

런닝, 팬티, 내의를 빨았다. 밖에서도 이런 건 기본이다.

 

 

 

 

 

 

 

 

자정을 넘어가는구나! 

 

 

 

 

 

 

 

아침을 지어먹었다. 전기밥솥에 물을 어떻게 맞추는지 몰라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간신히 밥을 지었다. 다행히 쌀을 물에 담가놓고 자서 금방 밥이 되었다. 입맛이 좋은 건 복잡한 일상을 떠나 한갓진 곳에 있는 개운함 때문이다.

 

 

 

 

 

 

 

 

 

 

 

 

 

 

 

 

 

 

 

 

 

 

 

 

 

 

 

 

 

 

 

 

 

 

 

 

 

 

대진 앞바다 

 

 

 

 

 

 

 

고성 초입의 헌병 검문소... 소나무 뒤편에 검문소가 있다. 직진하면 통일전망대 가는 길이고, 좌회전하면 진부령으로 향한다. 물론 통일전망대로 한참 올라가야 하고 진부령도 멀다. 진부령쪽으로 향하다가 건봉사 고찰로 가는 진입로를 만날 수 있다. 건봉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찰이었으나 6.25 전쟁 중 상당 부분 소훼되어 최근 재건에 힘쓰고 있는 줄 안다.

 

 

 

 

 

 

 

 

민통선 안의 <6.25 전쟁체험기념관>

 

 

 

 

 

 

 

 

전사자 유골 발굴 작업 당시 나온 만년필... 파카 바큐매틱 모델이 보인다. 전쟁 관련 자료집을 보면 소강중이거나 일시 휴전인 틈을 타서 철모에 종이를 펴놓고 만년필로 뭔가를 적는 사진이 나온다. 가슴 뜨거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내무반 침상 장판을 걷어 올리면 목재 마루를 톱으로 교묘히 썰어 침상 밑에다 각종 비품을 숨겨놓기도 했다. 이를테면 곡괭이자루나 소줏병, 혹은 전기다리미 -화재 때문에 전기 다리미 사용을 못하게 했다 - 같은 것들이다. 점호가 끝나 취침 명령이 떨어지면 가끔 창문에 커튼을 쳐 불빛 새어나가는 걸 차단하고 한바탕 얼차려를 벌이곤 했다. 그 때 침상 마루짝이 들어올려지고 그 안에 숨겨놓은 곡괭이자루를 꺼낸다. 곡괭이자루의 용도는 달리 말하지 않겠다.   

 

 

 

 

 

 

 

 

거진항이 한 눈에 보이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찍었다. 오른쪽 능선의 완만히 가라앉은 지점 뒷편에 전우들이 산화한 골짜기가 있다. 1984년 8월, 한 달간 24인용 텐트를 치고 살았던 곳이다. 전우들은 대전현충원에 묻혔다.  

 

 

 

 

 

 

 

고성에서 진부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올려다 본 향로봉... 6. 25전쟁 당시 향로봉 전투도 밀고 밀린 치열한 전투로 유명하다. 사진에선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향로봉은 해발 1,300미터를 헤아린다.

 

 

 

 

 

 

 

 

산골짜기 물을 담수하는 청정 저수지. 천리행군 귀대 중 마지막 밤을 보낸 곳이다. 나는 저수지 둑의 평평한 가운데에 A형 텐트를 치고 전우와 둘이 누웠는데 텐트 틈으로 새어들어오는 달빛과 별무리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머리맡에 라디오 볼륨을 낮게 틀어놓고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튿날 부식을 추진해온 차량으로 한 다발의 위문편지가 도착하기도 했다. 아래편에 민가가 들어서 더 이상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훗날 다시 가면 저수지까지 가서 짙푸른 수면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다. 

 

 

 

 

 

 

 

 

여행에 곧잘 동행하는 아들이다.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 포즈 좀 자연스럽게 취하라고 아무리 주문을 해도 안 고쳐진다. 생긴대로 나왔다.

 

 

 

 

 

 

 

 

 

용대리의 황태덕장을 배경으로 한 컷... 절도 피해를 예방하려는 차원의 철책이 삭막한 인간 세상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보기 안좋았다. 얼마나 피해를 입으면 덕장을 따라 철책선을 설치했을까? 

 

 

 

 

 

 

 

 

우리 부대 초입이다. 부대는 물론 일체의 군사시설을 한 컷도 찍지 않았다. 당연하다. 반문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보안은 곧 생명이다.   

 

 

 

 

 

 

 

 

 

 

 

 

 

 

 

 

 

 

 

 

 

원통의 '군장사'와 '신진사'에 들러 우리 부대 마크와 표착물을 구입했다. 바라보면 힘이 솟구치는 기분이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내 눈은 자꾸만 미시령쪽으로 향한다. 30kg 완전군장을 메고 용대리 백담사 입구 삼거리를 출발하여 24km의 산악지형을 정해진 시간에 -육군본부에서 제시한 시간은 4시간이었으나 측정에 대비하여 3시간30분 안에 끊었다- 주파하는 훈련을 받을 때 미시령을 넘어 속초 파라다이스 호수 반환점을 돌았다. 그 땐 저 구간이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다. 입에선 쓴내 밖에 나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뛰었다. 30kg의 군장을 메고 50분에 6km를 주파할 수는 있다. 하지만 3시간30분 안에 24km를 주파하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아무튼 지금은 터널이 뚫려있다.

 

 

 

 

 

 

 

 

 

 

 

 

 

 

 

 

 

 

 

 

 

 

 

 

 

 

 

가는 곳마다 구제역이다. 

 

 

 

 

 

 

 

 

 

대관령

 

 

 

 

 

 

 

 

남항진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으며

 

 

 

 

 

 

 

 

 

 

음식점의 액자 글씨가 마음에 든다. 저렇게 살면 장수할 것 같은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생관을 보는 것 같아 사진으로 찍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네번째는 즐겁게 운동하라는 뜻의 '快動'인 것 같은데 '사람 人'이 붙었다.   

 

 

 

 

 

 

 

 

 

 

 

 

 

 

 

 

 

 

 

남항진 해변의 커피숍 

 

 

 

 

 

 

 

  

아우가 '따블~' 어쩌고 주문하여 멋도 모르고 마셨는데 향이 무척 쓴 커피였다. 커피잔도 작아보였다. 난 연중 물빠진 야전잠바에 '아메리카노' 커피 밖에 모른다. 시골 사랑방 다방의 원두커피를 맛보며 자란 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커피도 하나 밖에 모른다.  

 

 

 

 

 

 

 

 

 

 

어쨌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다. 하루 하루 출근하여 업무에 임해야 한다.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일하는 거다. 일할 때와 쉴 때를 명확히 구분하면 나 자신이 행복하다. 힘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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