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대치면사무소 앞쪽, 자세히 말하면 청양읍에서 공주 방면으로 2.5km 가량 진행하다가 청양호 아래서 오른편으로 갈라진 지방도로를 타면 도로 양편으로 오랜 수령의 벚나무 가로수가 도열해있음을 볼 수 있다. 이 도로는 인적이 드물어 벚꽃을 구경하기에 최고다. 아까 청양호 아래 갈림길에서 우회전하여 1킬로쯤 가면 아버지 산소가 나온다. 소중중 선산으로 직계 조상님들 묘역이 조성된 곳이다. 공원지역이라 밭을 개간할 수 없지만 대신 자연의 원형이 온전히 보존된 지역이다. 밤이면 부엉이소리 들리는 고을...
아버지 산소 맞은편 남향 산기슭엔 민가 세 채가 있는데 조만간 내려가 맨 윗집 주인을 만나볼 생각이다. 평범한 농가로 보이지만 위치가 좋아 집에서 조상님들 묘역과 아버지 산소가 마주보인다. 그 집을 산다면 현상태에서 적당히 보수하여 입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장 내려갈 수 없으니 주말용으로 활용하거나 일시 세를 줄 수 있다. 현재 집의 초입 오른쪽에 현대식 우사를 지어 한우 5마리 정도를 기르는 걸로 안다. 우리에 당나귀나 한쌍 들여놓을 수 있다면...
방견으로 청삽사리도 두 마리쯤 기르고 싶다. 그뿐, 더 이상 욕심이 없다. 생각이 많으면 지키기 어려우므로 다른 잡념을 갖지 않겠다. 그저 집 앞에 상추나 아욱을 가꿀 수 있는 밭이 딸렸으면 좋겠다. 방문을 열어 조상님들 묘역과 아버지 산소를 바라보는 마음은 평화로울 것이다. 틈틈이 들러 묘역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을 생각이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셨던 벚꽃길... 가도가도 끝없는 산간도로에 흐드러지도록 핀 벚꽃을 차창으로 바라보시며 흐뭇해하시던 표정이 눈에 선하다. 고향 내려가 큰절 드릴 때마다 '어디 가서 어른들 뵈면 싸게 쫓아가 인사부터 드려라' 말씀을 일번으로 하시던 아버지. 오늘처럼 따스한 봄날, 솔푸른 길 내려서 만개를 목전에 둔 벚나무 꽃길을 바라보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