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고향 친구 종택이를 향한 소박한 바람

펜과잉크 2012. 11. 19. 01:45

 

 

 

어제 소종중 시제로 고향과 청양 칠갑산 선산에 다녀왔다. 오후 두 시경 시제를 마치고 다시 고향집으로 향하니 큰집 사촌여동생들이 죄 내려와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곧장 큰집으로 차를 몰았다. 여동생들은 김장을 하느라 붐비고 매제들은 거실 중앙에 상을 펴고 배추쌈에 삶은돼지고기를 곁들여 소주를 들이키는 것이었다. 나도 앉자마자 가세하여 나중엔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 되었다. 그래 차를 놓고 집으로 기어가 몇 시간 푹 자고 일어나.... 아무튼 지금은 인천 집이다. 하루가 눈 깜짝할 새 흘렀다.

 

고향을 떠나면서 문득 한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름 아닌 종택이다. 오랜 내 고향 친구... 인천까지 갈 길이 멀어 연락을 못했지만 고속도로를 달려오는 마음은 내내 아쉬움뿐이었다.

 

 

 몇 년 전, 종택이 개인 연습실에서 윤연선의 <얼굴>을 합주하며

 

 

 

종택이는 집안의 장남으로 성장 과정이 나랑 비슷한 친구다. 자초지종을 나열하기가 좀 그렇지만 다함께 젊은날을 방황과 좌절, 재기, 낭만... 뭐 그런 과정의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그는 방학 때 방앗간을 하는 부친을 도와 부여에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까지 쌀을 실어 내다팔기도 했다. 천안 - 논산간 민자도로가 생기기 전, 볏가마를 가득 실은 트럭을 몰고 차령고개 험한 도로를 내리달리다가 제어불능이 상태로 높이 2미터 아래 논바닥으로 직진해버린 일도 있다. 뻘창인 논에서 트럭과 볏가마가 어떻게 꺼내어졌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친구의 부친은 현재 지병이 악화되어 대전 모 의료원에 입원해계시다. 장남인 친구 입장에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12월 1일 친구들 송년모임에 친구가 참석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부친이 위독한 상황에서 참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내 입장에선 지금의 우울한 기분을 접고 잠시라도 한 자리에 모여 인사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의 환교, 대천의 종택이 모두 내겐 소중한 고향 친구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친구들이다. 

 

 

 

 

 

 

 

* 종택이에게

   종택아,

   현재 네 입장이 어디 다니며 웃고 즐길 형편이 못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런 기회도 흔치 않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친구들이 널 보고싶어하니 12월 1일(토) 대전 정모에 꼭 참석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마. 아래 문장을 비교해보자.

     1) 심순애가 울면서, 떠나는 이수일을 배웅했다.

     2) 심순애가, 울면서 떠나는 이수일을 배웅했다.

  1)번은 심순애가 운 것이고, 2)번은 이수일이 운 것이다. 반점(쉼표) 하나에 따라 저렇게도 달라지는 거다. 우리의 오랜 우정에 반점보다 못한 오해로 일시적이나마 소원했던 적이 있지만 한번도 우정에 대한 초심만은 변함 없었다.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는다. 아무쪼록 힘든 일 잘 극복하고, 12월 1일 대전 송모에서 꼭 만나자.

 

 

 

  

 

그애와나랑은(류종호바하37트럼펫20121101).mp3

 

 

 

그애와나랑은(류종호바하37트럼펫20121101).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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