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청사포 사진관 - 손순미

펜과잉크 2013. 4. 16. 06:26

 

청사포 사진관

                                                                                                                                                                         손순미

 


 바다가 전용 배경인 사진관은 비어 있다 가끔 파도가 들렀다 가고 벽에는 찾아가지 않은 사진들이 유물처럼 걸려 있다 그들은 추억을 포기한 것이다 점포세가 놓인 사진관은 종일 손님이 들지 않는다 그들 삶은 다시 인화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밀물다방 오토바이 커피 대신 레지를 날라대는 소리 포구를 밀고 간다

 해의 긴 렌즈가 사진관을 포착한다 활어차가 지나가고 생선장수가 지나가고 술취한 사내들이 지나가고 저녁 어스럼도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다가 고무대야에 얹혀 간다 어디에도 정박되지 못한 사람들이 뱃머리를 돌리며 사진관쪽을 건너다 본다 삶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다

 해의 긴 렌즈가 남아있는 빛 마저 찍어간다 깜깜한 포구는 거대한 암실이다 사진관은 그 암실에 맡겨진다 밤새 현상된 풍경은 사진관에 다시 내걸린다 아무도 그 풍경을 찾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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