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솔밭
류삿갓
소슬바람 사운대는 지친 해거름에
왕솔밭 너머로
까마귀 납니다
여우똥 뒹구는 애장터 지나
백묵같은 얼굴로 접혀 오는 하학길
왕솔밭 묘마당 해는 짧아도
쑥대같은 허기에 묵었다 갑니다.
지랑풀 쥐어 뜯다 꾸꾸기되어 갑니다
겉보리 패기도 아직 멀고
나물콩 여물기도 때가 일러
아카시아 흰 꽃더미 입에 버무리다
까마귀 까악까악 살 돋는 저녁길로
어깨동무 씨동무 달려갑니다
왕솔밭 너머로 먹장구름이 서고
두어 줄금 빗낱 들 때 꾸꾸기 웁니다
앳된 목통 울멍울멍 꾸꾸기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