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둔터골 어깨동무 씨동무 거기 사느냐 날장구나 두드리며 거기 사느냐 샛가랭이 찢어져서 거기 사느냐 두멧골 꼬불꼬불 거기 사느냐 물김치에 밥 말아서 거기 사느냐 소똥 찰팍이듯 거기 사느냐 흙고랑에 엎으러져 거기 사느냐 어깨동무 씨동무 거기 타느냐 * 1987 作 * 둔터골은 내 고향의 고유 지명이다. 옛날 '백제군이 주둔하여 훈련을 받은 터(고을)'라는 뜻으로 '주둔 둔(屯)' 자(字)를 써서 둔터골이라고 부른다.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지명으로 인식되는 고향 마을이다. 행정구역상 지명은 경둔리(敬屯里)로 불리운다. 敬屯里의 뜻은 군사적으로 매우 유리한 지명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백제 패망 직후 전쟁에 패한 장수들이 백제 수복을 위해 주류성 등을 중심으로 패잔병과 유민들을 규합하여 사비의 나당 연합군을 공략하곤 했던 점에 착안하면 내 고향은 지리적으로 광복군의 비밀 루트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청양, 광천 혹은 청양, 예산(주류성)으로 이어지는 중간 길목에 요새처럼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어린 시절 '사기장골'이란 계곡 양지바른 언덕의 흙을 파보면 종종 연화문 기와가 튀어 나오곤 했었다. 연화문양은 불교를 숭상했던 백제 토기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것을 곱돌이라고 하여 단단한 흙바닥이나 바위 같은 곳에 글씨를 쓰면 백묵처럼 아주 잘 써졌다. 저 詩를 쓴 1987년 경만 해도 고향엔 끝발 없는 영혼들이 모여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바짝바짝 똥끝 타 들어가는 몸들이었다. 농정이 실패하면 한 나라의 기조가 흔들린다는데 요즘 정책을 보면 당최 저 詩를 되짚게 하는 꼴이라 가슴이 아프다.
둔터골
어깨동무 씨동무 거기 사느냐 날장구나 두드리며 거기 사느냐 샛가랭이 찢어져서 거기 사느냐 두멧골 꼬불꼬불 거기 사느냐 물김치에 밥 말아서 거기 사느냐 소똥 찰팍이듯 거기 사느냐 흙고랑에 엎으러져 거기 사느냐 어깨동무 씨동무 거기 타느냐 * 1987 作 * 둔터골은 내 고향의 고유 지명이다. 옛날 '백제군이 주둔하여 훈련을 받은 터(고을)'라는 뜻으로 '주둔 둔(屯)' 자(字)를 써서 둔터골이라고 부른다. 내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지명으로 인식되는 고향 마을이다. 행정구역상 지명은 경둔리(敬屯里)로 불리운다. 敬屯里의 뜻은 군사적으로 매우 유리한 지명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백제 패망 직후 전쟁에 패한 장수들이 백제 수복을 위해 주류성 등을 중심으로 패잔병과 유민들을 규합하여 사비의 나당 연합군을 공략하곤 했던 점에 착안하면 내 고향은 지리적으로 광복군의 비밀 루트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청양, 광천 혹은 청양, 예산(주류성)으로 이어지는 중간 길목에 요새처럼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어린 시절 '사기장골'이란 계곡 양지바른 언덕의 흙을 파보면 종종 연화문 기와가 튀어 나오곤 했었다. 연화문양은 불교를 숭상했던 백제 토기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것을 곱돌이라고 하여 단단한 흙바닥이나 바위 같은 곳에 글씨를 쓰면 백묵처럼 아주 잘 써졌다. 저 詩를 쓴 1987년 경만 해도 고향엔 끝발 없는 영혼들이 모여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바짝바짝 똥끝 타 들어가는 몸들이었다. 농정이 실패하면 한 나라의 기조가 흔들린다는데 요즘 정책을 보면 당최 저 詩를 되짚게 하는 꼴이라 가슴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