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양구의 추억

펜과잉크 2005. 7. 28. 01:01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산151번지 도로변에서 유사 석유 제품인 일명 세녹스를 팔다가 적발된 사람과 마주앉게 되었다. 군대 전력을 묻자 강원도 양구에서 복무했단다.
"양구 어디에요?"
하니 방산쪽 공병부대란다.

옛기억을 더듬자 파라호를 왼편에 두고 방산터널 가는 도로가의 미류나무 울타리 부대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격정이 일기 시작했다.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웠다. 마주앉은 민원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수를 쓰다가 결국 고백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복무하신 양구가 손에 잡힐 듯 떠올라 잠시 허튼 짓을 했습니다. 양구 읍내 서울장여관이 3년 전 아들과 함께 갔을 때에도 변함없이 있더군요. 20여년 전 그 모습대로 말입니다. 꽃다운 애인과 어스름 저녁 불빛을 받으며 밥 먹던 중국요리집 창밖으로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폭설이 내리던 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랬는데..."
양구 소리에 마주앉은 사람 귀가 번쩍 뜨이는 기색이었다.

요즘도 양구의 겨울은 눈이 많이 올까? 사명산을 휩쓸던 매운 바람은 여전할까? 아침에 내리던 눈이 종일 그치지 않고 밤이 되고 다시 이튿날 하루가 밝아 마저 저물 때까지 내리던 가공할 정도의 겨울이 생각난다. 온돌방 여관에서 등 쿨럭이며 품에 들던 숨결은 어디로 갔는가? 모든 것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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