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속초 바다를 그리며

펜과잉크 2005. 8. 2. 00:43

 

이런 노래가 있다.

동해바다 푸른 물결 / 강릉이라 경포대에/ 달이 떴구나 / 어부들아 돛을 달고/ 푸른 꿈을 넓게 펴라 / 정어리떼 몰려든다 팔딱팔딱 팔딱 / 팔딱팔딱 팔딱/ 한 마린들 놓칠소냐 내 손아귀에.../

행군을 하면서 보폭에 맞춰 부르는 군가 같은 노래다. 동해바다 푸르지 않은 곳이 있을까마는 한때 경험한 속초 앞 바다의 풍경은 무서울 정도로 푸른빛이었다. 가장 잊지 못할 풍경은 속초 인근 등대숲에서 매복을 서면서 새벽에 본 오징어배들이었다. 일제히 불을 켜고 새벽 바다를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수많은 선단(船團)의 불빛은 차라리 경이롭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그 산기슭에서도 매복중 폭발물이 터져 전우 둘을 잃었지만 세월이 흐른다고 잊을 수 있으랴. 속초 해변의 끝없는 해당화 둥지가 떠오른다. 보오더꽃밭처럼 일정한 폭으로 해변을 따라 끝없이 핀 꽈리꽃무리... 그 해변에서 바라보던 소나기 그친 설악의 산세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내리꽂던 수많은 물줄기들...

속초 앞 바다엔 숲이 형성된 무인도가 있는데 북적이던 사람들이 사라진 저녁 무렵이면 섬 주변에 수많은 고무풍선과 튜브들이 떠있었다. 아마도 섬 중력에 의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섬까지 선착순 수영으로 다녀오는 얼차려를 받곤 했는데...

한 직원이 속초로 휴가를 다녀왔다면서 설악산, 속초 해안, 미시령을 자랑하여 지긋이 눈을 감고 옛 기억들을 회상하노라니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雜記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땜장이  (0) 2005.08.04
아, 전쟁...  (0) 2005.08.03
신문 보도 건(件)  (0) 2005.08.01
휴일의 단상  (0) 2005.07.30
양구의 추억  (0) 200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