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걸어 이슬인지 눈물인지 야전잠바 어깨 위로 무엇이
촘촘히 묻어나는 몸으로 고옥촌(古屋村) 하숙집 문을 열면 굳게 닫힌 방 안에서 숨 죽이고 기다리던 네 얼굴이 박꽃 같았다. 석간신문을 읽고 책을
읽고 더러 창 밖 하늘 별을 보며 너는 오직 나를 기다린다고 했다. 장발의 예비역을 좋아했던 너는....
작년
여름, 나리타 공항에서 온 전화를 받고 급히 인천국제공항으로 나갔다. 대전으로 가는 길, 안개 스멀거리는 화성휴게소 벤치에 앉아 울먹이던 네
모습이 떠오른다. 멀리 있는 거리만큼 참을 수 있다고 입술 물던 그 새벽이 그립구나.
* 어느 님이 찍은 인사동 사진을 보고 한 시절의 삶을 회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