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아들의 시험이 오늘까지 치러진다. 사흘째다. 어제 본 시험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문 과목은 이번에도 100점이다. 나는 그 점에 주목한다. 작년 겨울 혹독한 학습의 결과라 믿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방학 때 아들을 비롯한 수도권 학생 몇을 소집하여 고향으로 내려보냈다. 고향엔 우리 어렸을 적에 한학을 가르쳐주신 집안 어르신이 계시다. 어르신께 사정하여 겨울방학 내내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다. 합숙은 고향집에서 이루어졌고 공부는 약 1.5km 떨어진 어르신 댁으로 이동하여 배웠다. 매일 5시간씩 수업했으며 백제 고적지 탐방 차원의 읍내 견학을 다녀온 하루를 제외한 나머지는 휴일 한 번 없이 공부했다.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배웠는데 결과는 정말 대단했다. 학교에 귀학해서도 한문에 남다른 면을 보여 선생님으로부터 개인 상담까지 받았다고 한다.
올 겨울방학 역시 아이들을 내려보낼 계획이다. 괜찮은 아이들을 선별해서 말이다. 여기서 '괜찮은 아이들'이라 표현한 건 어느 정도 예절이 갖춰진 인성을 뜻한다. 기본이 부족한 아이들은 진도가 떨어지거니와 일행의 수업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 점을 감안하고 싶다.
어머님이 재우시고 먹이시느라 고생하시겠지만 아이들의 훌륭한 미래를 위해 기꺼이 받아주시리라 믿는다. 작년엔 30만원(수업료 15만원, 합숙비 15만원)이었으나 올해는 40만원으로 조정해야 할 것 같다. 하루 5시간씩 머무는 학당의 전기세와 보일러 기름값 문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고 어머님께 분담된 숙식 문제도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시험도 잘 치르길... 난 초등학교 시절과 고등학교 시절에 날렸는데(?) 아들은 중학교 과정을 무난히 소화해내고 있다.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현재 패턴을 유지해주길 바란다. 캐나다로 유학 나간 딸 아이만큼만 공부해주면 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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