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고향 생각

[스크랩] 고향별곡

펜과잉크 2006. 1. 29. 22:10
 


문득 인간은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부도 생각이 다르다. 가령 훗날 내가 고향으로 내려가 절골 고랑에 아담한 집을 짓고 살겠다고 하면 아내는 별로 관심 있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반대로 아내가 훗날 점촌의 처갓집 근처에 집을 짓자고 하면 나는 어쩔 것인가?


미국의 고전 <숲속의 생활>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윌든 호수에서 머지않은 숲에 집을 짓고 홀로 살아간다. 그는 모든 걸 자급자족한다. 통나무를 잘라 장작을 패어 불을 놓는다. 윌든 호수에 나가 고기를 낚아오기도 한다.


한 번은 얼음낚시를 위해 도끼로 호수 얼음을 깨다가 그만 구멍 속으로 도끼를 빠뜨리게 된다. 그는 엎드린 자세로 물 속을 들여다본다. 수정처럼 맑은 물 밑에 도끼가 자루를 위로 한 채 가라앉아 있다. 한참을 궁리한 끝에 인근 숲에서 칡넝쿨을 끊어온다. 그리고 작은 올가미를 만들어 물 속에 넣고 자루 끝을 옭아 잽싸게 채어 물 밖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세상의 사람들에게 말한다.

‘저 숲의 벌레 한 마리도 제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외로울 소냐? 난 외롭지 않다’

그의 말은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을 감동시켰다.


나의 희망은 바로 소로우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돈이나 명예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 적당히 누릴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오직 돈만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이나 먹고 싶은 음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얼마나 처량한가?


훗날 고향으로 내려감에 있어 아내가 주저하면 혼자라도 갈 것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인천에서 살아가면 된다. 피차 인생관이 다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로에게 필요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적당히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일이 내 몫을 뿐…….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좀 우울한 얘기이지만 훗날 혼자 살아가게 될 것에 대비하기도 한다. 나는 가급적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고향의 대기를 한 순간이라도 더 숨쉴 수 있도록…….


그 곳으로 돌아가 도끼로 통나무를 패고 장작불에 감자를 구워 먹으리! 물 빠진 야전잠바 차림으로 진돗개 두 마리쯤 데리고 뒷산에 오르리라. 나는 또 흑염소에게 풀도 뜯길 것이다. 가을이면 밤을 줍고 벼를 추수할 것이다. 비 오는 날엔 저수지로 가서 대나무 낚싯대도 드리울 생각이다. 눈이 온 길을 냇둑 따라 한바퀴 돌아오기도 할 것이다. 누가 오면 마중 나가 따뜻이 반기리라. 며칠 그와 함께 하게 되겠지? 다시 혼자가 되면 하늘 떠가는 구름도 보고 날아가는 새 O지도 구경해야지. 


죽어서라도 가리, 고향…….

 

* 사진 : 2002년 여름휴가 중 고향에서


출처 : 내지리 시내버스
글쓴이 : 류삿갓(宗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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